CGV, 롯데시네마와 함께 국내 영화 상영 시장을 3등분하고 있는 미디어플렉스의 극장체인 ‘메가박스’가 18일 호주계 은행 자본인 매쿼리 펀드에 매각되자 국내 영화산업에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지 않을까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콘텐츠로 승부하는 영화산업 자체가 하드웨어인 영화관 분야의 매각 때문에 구조조정 될 정도로 강력한 충격파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과 외국영화의 국내 상영 환경이 좋아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영화에 숨통을 조이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대형미디어 회사의 한 중견간부는 “미디어플렉스의 모기업인 오리온이 방송ㆍ영화 부문 사업을 정리하려고 8,000억원 정도에 매각하려 한다는 소문은 1년 전부터 영화업계에 돌았다”며 “메가박스의 매각을 통해 영화사업보다 수익성이 좋은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 위해 자본을 들여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플렉스측도 “단순히 집중하는 사업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일 뿐 국내 영화시장에 영향을 줄 일이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반면 CJ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메이저 회사 3곳 중 한 개가 외국자본으로 넘어가는데 시장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볼 수 있겠는가. 영화업계의 지각변동이 우려된다”며 “메가박스를 사들인 호주 자본은 은행에서 조성한 펀드로 실제 주인이 외국인인지 아니면 국내 재벌인지 밝혀진 후에야 정확한 매각의 영향을 점쳐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동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은 이번 매각을 한국영화 산업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위기로 평가한다.
이 부회장은 “메가박스 극장들이 외국계 배급사에 넘어가거나 혹은 국내 통신회사에 인수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렇지 않아도 몇 개의 메이저 회사들에 의해 시장이 꾸려지고 있어 문제인데 대형자본이 들어오면 위축된 한국영화계에 심각한 부작용이 닥칠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결국 외국이든 국내 재벌이든 대형자본은 순수해야 할 영화산업을 자본의 논리에 따라 휘둘리는 상업도구로 내몰 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자본이라도 들어오면 위축된 한국영화의 질적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디어플렉스 영화배급사인 쇼박스 관계자는 “하드웨어 부분을 팔아 그 돈으로 소프트웨어인 영화 제작에 투자를 늘려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키우는 기회가 된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며 “반드시 자본을 쥔 쪽의 의도대로만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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