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된 한ㆍ유럽연합(EU) FTA 2차 협상이 5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20일(현지시간) 종료됐다. 전체적으로 한미 FTA에 비해 빠른 속도의 진전을 거둬 연내 타결 기대감을 높였지만 한ㆍ미 FTA 결과를 의식한 EU의 공세가 만만치 않아 쉽지 않은 협상을 예고했다. 3차 협상은 9월 17일~21일 브뤼셀에서 열린다.
2차 협상 과정에서 EU측은 "우리는 미국과 다르다"고 공언했던 대로 솔직한 태도를 보였다. 협상 속도를 내기 위해 서로 민감하지 않은 분야에서 가능한 한 빨리 합의를 도출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양측은 무역구제, 반덤핑, 분쟁해결, 금융 등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 한ㆍ미 FTA에서 논란이 됐던 양자 세이프가드의 재발동 금지조항을 두지 않기로 하고, 반덤핑 분야에서도 제로잉(덤핑 피해액 계산시 마이너스를'0'으로 간주해 피해액을 극대화하는 관행) 금지 등 우리측 요구가 상당 부분 받아들여졌다.
금융 분야에서도 우리측이 요구한 금융기관의 임원ㆍ이사 국적제한 철폐 등의 성과가 있었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의 경우, EU측이 확답은 하지 않았지만 논의 자체를 거부했던 미국과 달리 많은 질문을 하는 등 관심을 보여 긍정적이다.
김한수 한ㆍEU FTA 수석대표는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전체적으로 비교적 잘 나가고 있다"며 "EU가 서두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EU가 결코 부드러운 상대는 아니었다. 2차 협상 첫날부터 EU측은 우리측 상품 양허안 수준이 기대에 못미친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고, 지적재산권 동물복지 등에서 생소한 개념을 들이밀며 우리측을 부담스럽게 했다.
특히 EU측은 쟁점마다 한ㆍ미 FTA 타결 결과와 비교해 가며, 우리측을 압박했다. EU측은 상품 양허안과 관련, "미국과 경쟁하는 품목들이 있는데 한국측이 미국에 대해서보다 매우 낮은 수준을 제시해 정치ㆍ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핵심 쟁점인 자동차에 대해서도 EU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시장 개방을 요구했고, 농산물도 "한미 FTA에 비해 많이 불리한 제안"이라고 지적하며 돼지고기 위스키 맥주 와인 등 몇몇 품목을 구체적으로 언급, 불만을 나타냈다.
또한 EU가 실질적으로 자신들이 양보할 수 있는 상품 양허안을 미리 던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협상이 주고받기 식보다는 우리측의 양보나 EU측의 개방 수준 후퇴로 흘러 수세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브뤼셀=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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