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에 아시아 정상으로 향하는 1차 관문을 통과한 ‘베어벡호’가 2차 관문에서 최강의 적과 만난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2일 오후 7시20분(이하 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부킷 잘릴경기장에서 열리는 2007 아시안컵 본선 8강전에서 이란(KBS 2TV 생중계)과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국보다 12단계나 높은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46위)가 말해주듯 이란은 아시아에서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팀으로 꼽힌다. 한국은 이란과 역대 전적 8승4무 8패로 호각을 이루고 있지만 최근 큰 대회에서 번번이 이란에 덜미를 잡혔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기로에 선 베어벡의 선택은
가까스로 조별리그 탈락의 망신은 면했지만 ‘베어벡호’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베어벡 감독에게 이란전은 국면전환의 기회다. 난적 이란을 상대로 완승을 거둔다면 ‘8강 토너먼트에 초점을 맞췄다’는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조별리그의 졸전도 ‘정상 정복을 위한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한국 축구 사령탑에 부임한 후 가장 중요한 일전에 나설 베어벡 감독이 어떤 ‘필승 카드’를 뽑을지 주목된다. 4-2-3-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한 베스트 11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 관심은 세 장의 교체 카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쏠린다. 베어벡 감독은 이번 대회 들어 ‘단조로운 공격 전술로 골 가뭄을 초래한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를 뒤엎을 ‘기책(寄策)’을 선보일지 주목된다.
잠자는 킬러 본능이여 눈을 떠라
조별리그에서의 졸전 동안 ‘베어벡호’가 가장 많은 질타를 받은 부분은 ‘부실한 수비 조직력’이다. 그러나 베어베호’가 조별리그에서 죽다 살아나게 된 더 큰 이유는 ‘킬러들의 부진’ 탓이다.
링에 오른 권투 선수가 맞지 않기 위해서는 쉴새 없이 주먹을 뻗어야 하는데 효율적인 경기를 한답시고 주먹을 아끼면 오히려 매를 벌 뿐이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예리한 공격으로 상대에게 끊임 없이 긴장과 부담을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골잡이들이 날카로움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의 간판 스트라이커 이동국(미들즈브러)과 조재진(시미즈)은 이번 대회 들어 아직 골 맛을 보지 못했다. 베어벡호의 ‘새로운 에이스’로 주목 받던 이천수(울산)도 수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무산시키는데 그쳤다. 이란전 승리를 위해서는 이들 ‘골잡이’들의 대분발이 절실히 요구된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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