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 무대에 올랐었다. 1980년에 마지막 공연을 올린 후 꼭 27년 만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과 나는 참으로 인연이 깊다. 난장이가> 난장이가>
초연 때 명희 역으로 공연에 참여했었고, 또한 자랑스럽게도 무대에 올릴 수 있게 추진하였다.
원작이 좋아 여러 극단에서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좋게도 우리 극단에서 무대에 올려도 좋다는 승낙을 받아냈다. 지금 되돌아봐도 무척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토록 무대에 올리고 싶어했었고 또 올리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했던 것은 그만큼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 주는 감동이 참으로 대단하기 때문이다. 난장이가>
책을 읽을 때마다 놀라는 것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불온하다’는 오명을 받기도 했던 이 이야기가 아름다울 수 있는 건 ‘덤덤함’의 미덕이 작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덤덤함’의 미학. 가장 아픈 이야기를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로 풀어낸 조세희 선생의 미학을 감히 ‘덤덤함’이라 말하고 싶다. 아프지만 아프다 말하지 않고, 슬프지만 슬프다 말하지 않는 이 덤덤함이 오히려 난장이 가족의 수난사를 더욱 가슴 속 깊숙한 곳으로 느끼게 한다.
조금만 힘들어도 침울하고 조금만 화가 나도 분노하는 요즘 시대에 ‘덤덤함’은 그야말로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저력은 여전히 소외와 가난이 계속되기 때문이란 이유보단 시대를 앞서간 ‘덤덤함’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현실에서도 난장이들의 희망이 깊숙이 숨쉬고 있음을 보여주는 주옥 같은 이 작품이 비록 현재의 사람들에게는 지난 시절의 이야기로 비춰질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 책을 읽는 모두에게 가슴으로 전달하는 시대를 아우르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시대 저마다가 받아들이는 의미는 달라도 감동이 여전한 까닭도 그것이리라. 오늘도 아주 작은 사람이 주는 아주 커다란 감동은 그렇게 계속된다.
채윤희ㆍ올댓 시네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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