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이 현대자동차로부터 3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인정돼 법정구속됐다. 이에 따라 돈을 건넨 현대차 관계자들은 물론 금융권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윤재윤)는 2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정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5년 및 추징금 1,300만원을 선고했다. 정 회장은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원심은 농협 임직원이 공무원에 준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공무원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뇌물죄 적용의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며 “그러나 특가법과 농협법 등은 정부가 실질적인 지배를 하지 않더라도 지도ㆍ감독을 하는 기관은 정부 관리 기업체이며, 이 기업체의 임직원은 준공무원으로 보고 있는 만큼 농협도 이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3억원이라는 거액을 호텔 밀실에서 받았다는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어떤 점을 고려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법정구속 이유를 설명했다.
정 회장은 2005년 12월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 285평을 66억2000만원에 파는 대가로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 회장에 대한 유죄 판결은 정 회장에게 금품을 건넨 현대차 관계자 등에 대한 선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1심에서 횡령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으나 정 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부분은 “정 회장을 공무원으로 볼 수 없는 만큼 뇌물공여 혐의는 성립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정 회장에 대한 판결이 뒤집힘에 따라 김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도 유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 회장의 법정구속은 금융권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는 자산 규모(156조원) 면에서 국민ㆍ우리ㆍ신한은행에 이은 국내 4위권의 대형 금융기관으로, 증권사 인수 등 신용부문 사업 다각화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의 구속으로 이 같은 기업 활동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신용부문과 경제부문 모두 중요한 분기점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터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정 회장이 법정구속되자 이사회를 개최, 박석휘 전무이사를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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