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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취직하는 언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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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취직하는 언론인들

입력
2007.07.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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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는 권력 대이동의 제도적 장치다. 대선을 통해 나라를 이끌어가는 세력이 새로 전면에 나서고 종전의 집권세력은 같은 편이든 아니든 일시에 힘을 잃게 된다. 정ㆍ관계만이 아니라 경제 문화 대학 스포츠 등 사회 각 부문의 권력지도가 대폭 달라진다.

다른 나라도 비슷하겠지만, 한국의 경우 주기적 권력이동현상이 특히 심하다. 그래서 대선국면에는 권력을 얻거나 권력에 기대기 위한 정치적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서 공기업이나 정부투자기관의 장이 바뀌고 방송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달라진다. 하다 못해 국책 연구기관이나 금융기관의 해외연수자 선발에까지 영향이 미친다. 그래서 권력쟁취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믿게 된다.

● '각하'와 '선덕여왕'의 권력쟁탈전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후보의 문화예술지원단 위촉식에서 한 탤런트가 이 후보에 대해 "당신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우리들의 챔피언입니다. 각하 힘내십시오"라고 말했다. 20여일 후에는 박근혜 경선후보의 문화예술봉사단 '박지모'의 지지선언식에서 봉사단장과 가수가 박 후보에게 제2의 선덕여왕이 되라고 '한 접시' 챙겨 올렸다.

정치인(politician)과 연예인(entertainer)이라는 말을 합친, 이른바 폴리테이너(politainer)들의 문화권력 쟁취 대결인 셈이었다.

폴리테이너보다 더 자주 듣는 말은 정치인과 교수(professor)를 합성한 폴리페서(polifessor)다. 지금 각 대선주자의 캠프에 참여하는 폴리페서들이 500명을 넘는다는 보도가 최근에 있었다.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자신들의 학문적 성취를 정책에 반영하거나 정ㆍ관계의 고위직을 얻으려고 하는 교수들이다. 수자원공사의 경부운하 분석보고서를 박 후보측에 알린 사람도 그런 교수였다.

폴리페서라는 말이 일반화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만 3공화국 이후 정치교수라는 말은 많이 쓰였다. 정통성이 낮은 권력일수록 아카데미즘의 치장과 허울이 필요했기 때문에 교수들을 영입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대학과 정치판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캠퍼스는 오염될 수 밖에 없었다.

요즘은 폴리널리스트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정치인과 언론인(journalist)의 합성어인데, 우리 말로 정치언론인이라고나 해야 할까. 편집국장 논설위원 정치부장과 같은 현직은 물론, 많은 퇴직 언론인들이 각 대선주자의 캠프에 들어갔다.

처음부터 정치판에 가기 위해 기자가 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언론계에서 쌓은 명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개중에는 그 동안의 언행과 정 반대 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 밑으로 들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폴리널리스트는 A주자를 지지한다며 따라다니더니 어느새 B주자의 캠프로 들어가 시치미를 뚝 떼고 앉아 있다.

그런데 폴리페서들은 나름대로 전문 분야의 식견과 연구업적이라도 있어 대선주자를 보좌하고 때로는 이끌어가지만 언론인들은 무엇으로 버티나.

언론계에 있는 동안에 익힌 안면과 네트웍, 특히 그가 몸 담았던 언론사의 보도와 논평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 이런 것들이다. 언론 자체에 대한 전문성이나 학문적 깊이는 현실정치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폴리널리스트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바로 이 대목에서 두드러진다. 그들의 활동은 공정보도를 저해할 수 있다. 과거와 달라서 요즘 언론계 후배들은 선배, 특히 퇴직한 선배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렇기는 하지만 어쨌든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다.

● 언론인들의 추레한 대선캠프행

또 과거에는 언론계 인사들이 그래도 대접을 받으며 각 대선주자들의 캠프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금은 영 아니다. "나를 받아달라"고 여러 방법으로 청탁을 해서 들어가는 식이다. 언론인들을 모셔갈 이유가 없을 만큼 언론계의 위상은 형편없이 낮아졌고 청탁을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러니 그렇게 들어간 사람들이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막말로, 그들은 벼슬자리를 얻거나 살 길을 마련하려고 취직을 한 것 뿐이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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