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식(30ㆍ제1군사령부 이동관리대)·이설(29ㆍ희림종합건축)
아내를 처음 만난 것은 18년 전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우리는 같은 반이었지만 서로 말 한 마디 나눠본 적 없는 사이였습니다. 아내는 키가 커서 항상 뒤에 앉아 있었고 저는 작아서 앞에 앉아 있어 서로 친해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죠. 당연히 호감 같은 것도 느낄 새 없이 그냥 단순히 반 친구로 지내다 우리는 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고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직장생활도 그곳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군대 문제로 10년 만에 귀국길에 오르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즈음, 동창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15년 만에 만난 그녀는 어쩌면 그렇게 달라 보이던지요.
그토록 키가 컸던 그녀였지만 저보다 작은 키에 외모는 무척 아름답게 자라 주었더군요. 더욱이 조용하고 얌전했던 그녀가 털털한 성격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호감이 갔고, 우리는 사귀게 되었습니다. 너무 좋은 나머지 제가 얼마 안 있으면 군입대를 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입영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날벼락을 맞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입영통지서를 받은 그 날 저는 그녀와 저녁 식사를 하며 입영통지서를 받은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말했죠. “너는 내 완벽한 이상형이야. 비록 군입대를 앞둔 나지만 지금 너를 놓치면 정말 후회할 것 같아. 결혼해 주겠니?” 고맙게도 그녀는 고민도 않고 결혼에 동의해 주었습니다. 군입대 날짜는 결혼 준비를 하기에 너무 가까이 와 있었기에 병무청의 동의를 구해 입대를 연기하면서까지 우리는 사귄 지 103일 만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저는 결혼 후 얼마 안 돼 군에 입대했습니다. 저는 현재 군복무 중입니다. 금방 갈 줄 알았던 2년은 정말 길게 느껴집니다. 얼마 전엔 결혼 2주년이었습니다.
결혼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서로 같이 있었던 날들은 석 달도 채 안 됩니다. 언젠가는 제가 상병일 때 제 아내가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었지만 말이 남편이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내 곁에 있어주지도 못해 너무나도 비참하고 아내에게 미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까지는 남편 노릇을 제대로 못 한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미안해”라는 말을 수없이 많이 했습니다. 또 군대에 있는 저에게 항상 희망과 용기를 준 아내에게 “고마워”라는 말도 수없이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전역하면 제가 아내로부터 “고마워”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여느 다른 부부들처럼 제가 일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아내와 함께 저녁식사도 하고 식사 후 그날 있었던 일들로 수다를 떨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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