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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뉴욕 백화점서 잘나가는 가짜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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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뉴욕 백화점서 잘나가는 가짜명품?

입력
2007.07.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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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의 가짜 신데렐라 사건이 화제다. 미국의 명문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말 한 마디에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온 미술계가 그야말로 납작 엎드렸던 것이 발단이 됐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명품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특히 수많은 브랜드가 난무하는 화장품업계의 경우 이 병의 폐해는 꽤 심각하다.

미국의 최고급 패션백화점 중 하나인 바니스 뉴욕. 맨해튼 60번가 인근에 자리한 이 백화점 화장품매장에 유난히 눈길을 끄는 브랜드가 있다. 지난해 8월 ‘가짜 명품’ 사건으로 국내에서 된서리를 맞은 쓰리랩(3LAB)이다. 당시 국내 수입사가 과대광고로 행정처분을 받으며 순식간에 사기(詐欺) 화장품으로 낙인 찍힌 이 브랜드는 현재 바니스 뉴욕을 비롯해 역시 유명 패션백화점인 삭스핍스애비뉴에 한인 화장품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매장을 열었다.

바니스 뉴욕에서 쓰리랩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화장품 세일즈 매니저(National Sales Manager of Cosmetics) 줄리앙 데 자디네스씨는 “쓰리랩은 4월 입점한 이래 한 달 매출액 5만 달러로 타 브랜드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이 브랜드의 뛰어난 성적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삭스핍스애비뉴에는 2월에 입점했다.

매장에서 쓰리랩의 영양크림(60g)은 400달러에 팔린다. 아이크림(15g)은 75달러이다. 미국 패션업계의 권위지인 WWD(Women’s Wear Daily)는 지난 3월 이 브랜드를 ‘떠오르는 별(rising star)’로 소개하기도 했다.

세계 패션의 중심지에서 활약하는 한인 브랜드가 국내에서 사기 화장품으로 낙인 찍혔다는 것은 퍽 아이러니하다. 뉴저지 본사에서 만난 재미교포 데이비드 정 사장은 그 배경을 “미국과 한국의 화장문화의 차이”라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기능성’을 거의 따지지않아요. 화장품이라는 것이 피부를 곱게 가꿔준다는 면에서 모두 일정한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보니까요. 그래서 기능성 화장품으로 과대광고를 해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조차 긴가민가 했어요. 당시 니만마커스 백화점과 입점 협의중이었는데 그 사건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협상이 결렬됐어요.”

정 사장은 한국지사가 처음 브랜드를 띄워야 한다는 조급함에 니만마커스에 이미 입점한 것처럼 선전한 것이 문제였을 수는 있어도 제품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유명 백화점들에 입점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결국 소위 ‘명품’이라면 혹하는 시장과, 그 군중심리를 이용하려 한 섣부른 마케팅전략이 꽤 괜찮은 한인 화장품 브랜드 하나를 국내에서 내쫓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례는 좀 다르지만 예일대 박사 학위에 깜빡 속은 미술계 사건이 남의 동네 불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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