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07 아시안컵 본선에서 가까스로 ‘명예회복’의 기회를 얻는데 성공했다.
비록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움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어찌됐던 조별리그 탈락의 위기에서 벗어나며 정상으로 향하는 1차 관문 통과에 성공했다. 8강 토너먼트에서의 심기일전을 위해서는 조별리그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선제골 후 늘어진다
축구에서 선제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선제골을 내준 상대는 정신적으로 압박 당할 수 밖에 없고 동점골 사냥을 위해 공세적인 경기를 펼치게 돼 수비 허점도 커지게 된다.
‘베어벡호’는 2007 아시안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선제골을 얻었다. 한국 축구가 국제대회에서 3경기 연속 선제골을 기록한 것은 보기 드문 일. 그러나 선제골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오히려 안이한 경기 운영으로 상대의 기를 살려줘 스스로 발목을 잡힐 빌미를 제공했다. 선수들의 집중력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부실한 중앙 라인
최전방 스트라이커-중앙 미드필더-중앙 수비수로 이어지는 전술의 중심축이 번번이 흔들렸다.
대표팀의 스트라이커 3명은 조별리그에서 단 한 골도 뽑아내지 못하는 빈곤한 득점력을 드러냈다. 사우디아라비아전과 바레인전에서는 상대 수비벽 속에 고립돼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김두현(성남)과 김정우(나고야)가 각각 한 골씩 기록했지만 공격 돌파구 마련의 중책을 완벽히 소화했다고 볼 수는 없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들의 호흡도 매끄럽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전 실점의 단초는 미드필드진의 느슨한 플레이에서 비롯됐다. 전술의 중심축을 재정비하지 않고는 우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베어벡 감독의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스피드가 떨어진다
한국 축구의 전통적 강점은 스피드다. 빠른 공수 전환과 공격수들의 빠른 발을 이용한 측면 돌파는 한국 축구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조별리그에서 한국 선수들의 움직임은 발에 족쇄를 단 듯 했다. 특히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답답하기 짝이 없는 장면이 번번이 연출됐다.
상대 수비진 사이의 공간으로 기민하게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공을 잡아도 줄 곳이 마땅치 않았고 의미 없는 횡패스와 백패스를 남발할 수 밖에 없었다. 자연히 전체 페이스가 떨어졌고 볼 소유권은 높지만 내실 있는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8강 토너먼트에서 ‘와신상담’ 하기 위해서는 공수에 걸쳐 스피드를 강화해야 한다. 선이 굵은 단순한 전술의 한계는 조별리그에서 이미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은 22일 오후 7시20분 이란과 4강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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