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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EU FTA협상단의 낯 뜨거운 집안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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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EU FTA협상단의 낯 뜨거운 집안싸움

입력
2007.07.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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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벌이고 있는 우리 협상단이 내분을 드러냈다는 소식은 낯 뜨겁다. 서울도 아닌 적진 한복판에서 우리 측 협상 대표와 산업자원부 간부가 공산품의 개방 수위를 놓고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였다고 한다. 말 그대로 적전 분열이다. 협상팀이 일치단결해도 힘겨운 승부인데, 협상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개방 범위에 대한 협상 전략을 놓고 부처 간에 이견을 보이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국내 산업을 관장하는 산자부는 조금이라도 더 시장을 보호하고 싶어 하고, 협상의 주역인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문제가 된 공산품 양허 범위에 대한 양측 주장은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그러나 부처 간 이견은 협상 전에 조율을 마치고, 협상에 임해서는 대한민국 협상단이라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협상 상대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협상단끼리 서로 삿대질을 하는 모습은 국제적 망신이다.

또한 협상단이 내부적인 의견 조정 기능을 상실했다는 경보 신호나 다름없다. 우리의 속사정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냈으니 향후 협상에서 어느 쪽이 유리할지는 뻔하다. EU 협상단은 27개국으로 이뤄졌지만 아무런 잡음도 나오지 않고 있다.

온 나라를 찬반 논쟁과 시위로 뜨겁게 달구었던 한미 FTA 협상과 비교한다면 이번 EU와의 협상은 그야말로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힘겨운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한미 FTA 협상팀은 불협화음을 외부로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런데 EU 협상단은 2차 협상 만에 스스로 내분을 공개했다는 사실이 특히 걱정스럽다. 협상에 임하는 자세가 너무 느슨하거나 협상 경험이 부족한 탓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 이어 우리 두 번째 수출시장인 EU와의 FTA는 한미 FTA에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중요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협상단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점검하고, 내부 분위기를 다잡아 나머지 협상에 한 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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