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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회진출 느는데… 엇갈린 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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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회진출 느는데… 엇갈린 두 풍경

입력
2007.07.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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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중심엔'알파걸'

전직지원서비스업체 제이엠커리어 김명자(39ㆍ여) 인력개발실장의 별명은 ‘일하자’이다. 그의 이름을 살짝 비틀어 만든 이 별명은 엄청난 일 욕심을 빗대 붙여진 것이다.

“일 하는데 밤낮 없다”는 신념에 남자 직원 20여명을 포함한 50여명의 직원들은 혀를 내두른다. 그는 “직원들을 채근하기 보다는 상사가 솔선수범하면 다들 따라오게 마련이다”며 “직장에서 남녀 구분할 필요 없이 열심히 일하고 성과 잘 내는 사람이 최고”라며 활짝 웃었다.

#벼랑 끝엔 '비정규녀'

중소기업체에서 파견직으로 근무하던 김모(27ㆍ여)씨는 지난 달 입사 3개월 만에 퇴사했다. 회사에 들어온 지 일주일 뒤부터 추근대는 사장 때문이었다. 퇴근 무렵이나 회식 자리에서 사장은 툭하면 “나랑 같이 안 자면 회사에서 자르겠다”며 김씨를 협박했다.

그 때마다 사장의 ‘요구’를 거부한 김씨는 결국 지난달 회사를 그만 뒀다. 그는 “여자인데다 고용 신분이 불안한 파견직이기 때문에 그런 모욕을 당한 것 같아 너무 화가 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일자리에도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남성보다 뛰어난 능력의 ‘알파걸’들은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능력을 맘껏 펼치기는커녕 성차별 등으로 고통의 연속이다.

19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상시 근로자 1,000인 이상 기업 613곳의 전체 근로자 중 여성 관리자(과장ㆍ팀장급 이상) 평균 고용 비율은 11%다. 조사를 시작한 전년에 비해 0.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능력 있는 알파걸이 속속 등장하면서 직장 여성의 승진을 가로 막았던 ‘유리천장’이 점점 깨지고 있는 것이다.

알파걸 파워는 최근 각종 국가고시의 남녀 합격자 비율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올해 외무고시 합격자 중 여성 비율은 무려 67.7%였다. 합격자 10명 중 7명은 여성인 셈이다.

2005년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지난해 11월부터 노동부 국제노동정책팀에서 일하는 이도경(26) 사무관은 “함께 연수 받은 동기 중에 여성이 절반을 넘었다”며 “여성의 사회 진출 기회가 확대되면서 그 동안 감춰졌던 알파걸들의 능력이 빛을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걸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기업도 있다. 코오롱은 9월부터 과장급 이상 여성 관리자가 대리ㆍ주임급 여직원의 고민을 듣고 조언해 주는 멘토링 제도를 운영한다. 회사 관계자는 “여성 관리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여성 인력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알파걸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파걸과 달리 여성 비정규직들은 성 차별과 비정규직의 굴레 속에서 이중 차별로 신음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비정규직 보호법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출연연구원에서 1년씩 계약을 갱신하면서 4년간 계약직으로 일해 온 정모(32ㆍ여)씨는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둔 6월 여성 동료 5명과 함께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남자 동료들은 재계약을 했다. 정씨는 “인사 담당자에게 ‘단지 여자라서 해고했냐’고 따졌더니 ‘쉬고 있으면 연락하겠다’는 말만 들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유통업체 계산원으로 일하다가 최근 계약해지 된 이모(35ㆍ여)씨는 “하루 종일 서서 일해 받는 월급이 고작 80만원이 안 됐다”며 “정규직들에 비하면 푼돈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비정규직 중 여성의 근로조건은 더욱 열악하다. 지난해 8월 통계청 자료를 보면 644만명의 여성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67.6%(435만5,000명)에 달했고,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은 남성 정규직의 4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민우회가 펴낸 올 상반기 고용평등 상담분석 자료에 따르면 49명의 여성 비정규직 상담자 중 직장내 성희롱이 18건, 부당한 계약해지 7건, 임금 등 근로조건 차별 7건 등이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김신혜정씨는 “알파걸들의 출현은 여성으로서 반길 일이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여성 비정규직들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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