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만에 재개된 6자회담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았으나 알맹이는 없었다.
북핵 6자 회담 이틀째인 19일 회담장인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5자 당사국은 북한에게 연내 핵 프로그램 및 핵 무기 신고ㆍ불능화 이행에 대한 확답을 받아내기 위해 총력전을 폈지만 성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오전에 열린 6자 회담 수석대표회의에서는 북측이 신고ㆍ불능화 연내 이행의 기술적 문제를 제기하는 등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6자 당사국은 오후 2시(현지시간)로 예정됐던 수석대표회의를 취소하고 양자회의로 전환, 북미간 최종담판을 유도했지만 북측 태도를 돌리지는 못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수석대표회의 뒤 “신고ㆍ불능화 일정을 정하지 못했지만 과거 어느 6자 회담 때보다 분위기가 좋았다”고 평가했다.
6자 당사국간 핵심 쟁점은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와 병행한 영변 5MW원자로 등 핵심시설의 우선 불능화.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완전한 신고와 원자로의 불능화를 연내에 이루는 게 목표”라며 일정 합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북측은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를 마친 이후 핵 시설 불능화를 추진하자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한편으로는 5MW 원자로 등 핵 시설 불능화에 대한 기술적 문제가 우선 검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연내 이행에 유보적인 자세를 취했다.
기술적 문제란 조기 불능화에 따른 안전상의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북측의 이 같은 자세가 실제 기술적 측면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미측의 정치ㆍ안보적 양보 등 또 다른 정치적 이해타산에서 나온 지연전략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운 상태이다.
설상가상으로 북한 외무성은 이날 일본의 납치문제 집착 및 대북적대시정책(일본 당국의 조총련 중앙회관 강제경매조치)으로 6자 회담에까지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북측이 일본측 자세를 북핵 협상과 연계 시키려는 의도로도 읽혀지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내달로 예정된 비핵화 및 경제에너지 실무그룹과 차기 6자 회담에서 보일 북측의 자세에 따라 2단계 조치 이행에 대한 북측의 정확한 의도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과거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북한 핵 해결의 새로운 이행 단계로 진입하는 데 따른 산고(産苦)가 시작되고 있다는 얘기가 베이징 외교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베이징=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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