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들의 방을 습격하라!” 지난 주말, 프리는 특별한 미션을 수행했습니다. 27일 본선을 앞둔 2007 미스코리아 후보들의 합숙소를 전격 방문한 겁니다. 21세기의 신세대 미스코리아는 어떤 독특함으로 무장했기에 이하늬(2006 미스코리아 진)씨의 2007 미스유니버스 4위 입상과 같은 자랑스러운 성과를 일궈낼 수 있었던 걸까요. 신세대 미스코리아 후보들의 속내를 엿볼 수 있었던 미녀들과의 하룻밤을 지상 중계합니다.
토요일 밤 11시, 화장품가방 대신 통닭 한 마리를 앞에 놓고 기자를 맞은 김은혜(19ㆍ경북 미), 심재민(21ㆍ광주전남 진), 유한나(25ㆍ서울 미), 이겨레(21ㆍ대구 진), 주진아(23ㆍ강원 미), 홍은주(20ㆍ광주전남 선)씨의 방 523에서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미스코리아는 인형이 아니에요
김은혜: 아, 이 통닭이요?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할 미스코리아가 웬 야식이냐고요? 확실히 미스코리아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이 강하긴 한 가봐요. 겨레 언니의 저 괄괄한 웃음 소리를 들으시면서도 그런 말씀을 하세요? 별명이 조혜련이래요, 웃겨서.(웃음)
이겨레: 남학생이 많은 학과를 다녀서 제가 좀 털털하긴 하죠. 미스코리아 참가 때문에 수업을 못 들을 것 같다고 말씀 드리러 지도교수님을 찾아갔었는데, “지방 예선은 경쟁률이 낮나 보구나” 하고 농담을 하실 정도니까요.
김: 하긴 대회에 참가한 우리도 미스코리아는 연예인 등용문이라고 생각했잖아요. 연예인이 되거나 시집을 잘 가거나.
심재민: 대회를 준비하면서 느낀 건데 미스코리아는 단순한 미인대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홍보대사를 뽑는 이벤트지. 당연히 얼굴로만 점수를 매기면 안 되겠죠. 물론 대회 방식은 조금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해요. 합숙을 통해 배우는 것이 정말 많은데 본선에서는 외형적인 것만 부각되니까 사람들이 편견을 가질 수밖에요.
김: 그런데 막상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맨 얼굴로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 “너무 추한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 걸요.
심: 미의 기준이란 게 참 상대적이어서 예쁘게 보려고 들면 어떤 모습도 예쁘게 보일 테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미스코리아를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의 핵심인 수영복 심사만 봐도 그래요. 수치심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건강미를 과시할 수 있어 좋다는 사람도 있어요.
김: 예전엔 수영복 심사 때문에 미스코리아 참가를 반대하는 부모님도 많았다고 하잖아요. 전 수영복 사진을 보고 집에서 더 좋아하셨어요.(웃음)
▦평생 잊지 못할 고마운 경험
홍은주: 합숙 기간 중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 때문에 정말 힘들었어요. 누군가 미스코리아 홈페이지에 “웬 아줌마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나왔냐”는 글을 올렸더군요.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나온다고 하면서도 외모에만 관심을 갖는 한국 사회의 이중잣대 때문이겠죠. 그런데 사진이 이상하게 나오긴 했더라.(웃음)
심: 맞아요, 외모지상주의라고 비난하면서 또 다들 우리의 외모만 보려고 하잖아요. 이런 진솔한 생활도 알아주면 좋을 텐데.
주: 저는 대회 준비 과정에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미스코리아에 참가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 보인 반응은 “시간 낭비다” “앞날을 설계해야 할 시기에 웬 바보 같은 생각이냐”였어요. 지역 예선 전날까지도 우울증에 시달렸죠.
이: 이하늬 선배도 2006 미스코리아 진으로 뽑혔을 당시에는 혹평하는 이들도 많았다고 해요. 그러다 올해 미스유니버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니 “될 만했다”고들 하죠. 대중의 판단은 다 우리 하기에 달린 것 같아요.
유: 저는 여대에 재학 중이어서 학교에서 욕 많이 먹었어요. 학교 설립 취지와 맞지 않게 왜 미인대회에 나가냐는 거죠. 그렇지만 이 역시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 아닌가요? 나 하기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거라 생각해요.
심: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와서 가장 크게 배운 게 있다면 ‘사람 살이’예요.
김: 언니는 제 첫인상이 불쾌했다면서요.(웃음)
홍: 아무래도 다들 예쁘니까 서로 새침데기 같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유: 은주씨는 집에 가고 싶다고 했었죠.
심; 맞아요. 그런데 어느날 “언니, 안 가길 정말 잘했어” 하더군요. 합숙 기간 동안 여자로서 갖춰야 할 여러 덕목을 배우는 동시에 각 지방 사람들이 모인 작은 사회를 경험하게 되니까요.
홍: 전 정말 단체생활 못하는 사람인데(웃음) 지역대표로 나왔다는 책임감 때문에라도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김: 일생에 이런 경험을 또 할 수 있을까요. 어린 나이에 자기관리를 배우는 좋은 기회예요. 입상하면 더 좋겠지만 좋은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그리고 아름다움이라는 게 심사위원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까 입상 여부는 운에 맡길 생각이고요.
▦내 꿈은 CEO
유: 이하늬 선배나 금나나(2002 미스코리아 진ㆍ미 하버드대 재학 중) 선배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미스코리아 타이틀을 갖고 국제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대회에 참가하게 됐어요. 입상 여부와 상관 없이 패션 전공으로 유학을 갈 생각이에요.
이: 전 벤처 사업가가 되는 게 꿈이에요. 지금 경영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IT관련 업체를 차릴 거예요. 아이템은 아직 비밀이지만.(웃음)
홍: 저도 CEO가 되는 게 꿈이에요.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하고 싶어요.
심: 전 도예 전공인데 제 공방을 갖고 싶어요. 이렇게 각자 꿈이 다르듯 미스코리아도 개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어요.
유: 전 마음을 비우고 충분히 즐기려고 해요. 담대하고 자신감 있게 대회에 임할 생각입니다.
주: 이쯤에서 미스코리아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미스코리아는 용기이며 도전이다!
심: 맞아요, 후회가 남지 않게 최선을 다합시다.
김: 그러자면 우리 야식부터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요.(일동 웃음)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 미스코리아, 연예인 될 거냐구요? 내 길 가요!
미스코리아가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흔히 성형수술, 마사지 등의 외모 관리를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 미스코리아로 선발되거나 지원하는 이들의 행보를 보면 준비해야 할 것은 따로 있는 듯하다.
외모 관리보다 학업에 열중하거나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오히려 미스코리아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는 게 요즘 추세다. 바로 21세기 미스코리아들이 이전 미스코리아들과 다른 성향을 보이는 까닭이다.
TV를 보다 보면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특히 2000년대에 미스코리아로 선발된 서현진, 김지혜, 김주희씨 등은 최근 방송계에서 맹활약 중인 진행자들.
그동안 미스코리아의 방송계 진출은 매우 자연스러운 수순이어서 이들이 방송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연기자인 1990년대 미스코리아 염정아, 이승연 등도 방송 리포터나 진행자로 출발해 스크린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케이스다.
그렇지만 서현진, 김지혜, 김주희씨 등은 각 방송사의 아나운서로 입사해 방송과 인연을 맺었다는 점에서 이전의 미스코리아들과 차별화된다. 더욱이 아나운서를 뽑는 방송사 입사 시험은 매년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중이어서 21세기 미스코리아들이 쉬운 길 대신 자신의 노력으로 진로를 개척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2001년 미스코리아 선 서현진씨는 현재 MBC 아나운서로, 2005년 미스코리아 진 김주희씨는 SBS 아나운서로 각각 활약중이다. 2001년 미스코리아 골든듀 김지혜씨는 KNN(옛 PSB) 아나운서로 근무하면서, 2006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
달라진 미스코리아의 전형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2002년 미스코리아 진 금나나씨. 경북대 의대 재학 중 미스코리아로 뽑힌 그는 미국 MIT공대와 하버드대에 동시에 합격, 현재 하버드대에서 유학 중이다.
이처럼 미스코리아의 타이틀을 얻은 뒤에도 자신이 결정한 진로를 바꾸지 않는 신세대 미스코리아의 성향은 2007 미스코리아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알 수 있다.
프리가 올해 미스코리아 후보 60명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을 물어본 결과 현재의 전공을 살린 직업을 선택하겠다는 대답이 32명으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방송인이 되겠다는 대답이 12명으로 그 뒤를 이었고, 연예인이 되겠다는 경우는 5명에 불과했다.
또 이 조사에 따르면 출전 동기를 묻는 질문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라고 대답한 후보가 60명 중 37명에 달했다. 주변의 권유로 출전했다는 후보는 13명이었고, 연예인 등 다양한 직업 선택의 기회가 생길 것 같아서 출전했다는 응답이 5명,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는 경우는 4명이었다. 기타 의견으로 ‘세계 무대에서 나를 테스트해보고 싶다’는 대답도 있었다.
그렇다면 신세대 미스코리아들이 이전 미스코리아들과 다른 생각과 성향을 나타내는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여성의 미를 바라보는 여성 스스로의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문화평론가 하재봉씨는 “여성의 미는 남성들이 성공의 요소로 꼽는 학벌, 인맥 등을 다 합친 것과 비슷한 무게를 갖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면서 “그러나 여성의 권익이 신장되면서 최근에는 여성의 미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여러 가지 조건 중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미스코리아를 평가절하해 왔던 여성 지식인 그룹에서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참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런 까닭에 신세대 미스코리아들은 대회에 ‘올인’하지 않고 각자의 진로를 찾아가는 경향을 보인다는 이야기다.
제일기획 브랜드연구소장 박재항씨도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면서 “판에 박힌 외형적 아름다움이 아닌, 자신감에서 묻어나는 미를 그린 도브의 ‘리얼뷰티 캠페인’처럼 광고 마케팅에서도 아름다움이 새롭게 규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 미스코리아, 오해와 진실
미스코리아는 그 화려함 만큼 사람들의 오해도 갖가지다. “얼굴만 예쁘지 공부는 못 했을 거야” 하는 다소 질투 어린 오해부터 “미스코리아는 신장 175㎝ 이상에 32-24-34의 표준화된 신체 사이즈를 가질 것이다”라는 추측까지. 갖가지 물음표에 대해 프리가 마침표를 찍었다.
■ 얼굴만 예쁘지 공부는 못한다?
그렇지 않습니다. 프리팀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미스코리아 진ㆍ선ㆍ미로 뽑힌 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원이 전문대 재학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체능 분야가 많았지만 어문계열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금나나씨는 의대 재학중에 2002년 경북 진으로 뽑힌 뒤 미스코리아 진 왕관을 써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 키 크고 말라야 한다?
보통 170cm 이상이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보통 키(162cm)인 후보도 당당히 올해 본선무대에 올랐습니다. 몸매는 생각처럼 비쩍 마른 체형은 아니며 좀 더 S라인에 가까운 볼륨있는 몸매가 선호됩니다. 최근 5년간 수상자 25명의 평균 키는 172(168~178)㎝였고, 체중은 51.64(48~55)㎏이었습니다. 평균 신체사이즈(B-W-H)는 34.4-24-35.2인치로 조사됐습니다. 미스코리아는 나이 제한(만18세 이상~25세 이하)은 있지만 체중이나 키 제한은 없습니다.
■ 후보마다 전속 스타일리스트가 있다?
아닙니다. 후보들은 약 1달 간의 합숙기간동안 주최측이 준비한 회사로부터 메이크업을 받습니다. 모든 후보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이죠. “밖에 나가서 잠깐 단장을 하고 들어오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했다가는 무단 이탈에 따른 벌점이 부여됩니다.
■ 유명 미용실을 등에 업어야 한다?
한때 미스코리아 수상자가 울먹이며 “XX미용실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하고 말한 것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명 미용실이 모여 있는 서울의 경우, 지난해 미스서울 선발대회에도 여러 미용실의 지원을 받은 후보들이 출전했지만 결국 미스코리아 수상자 명단에는 오르지 못했다고 합니다. 미스코리아가 되려면 특정 미용실에 다니면서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의 돈을 들여야 한다는 루머는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 녹원회를 아십니까?
미스코리아는 외면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사회봉사를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내면의 아름다움도 빼놓지 않는다. 역대 수상자들의 친선모임인 녹원회에서 그 아름다움은 한층 돋보였다.
녹원회는 비정기적인 봉사활동을 좀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하고 싶다는 역대 수상자들의 바람에 따라 1987년 결성됐다. 흔한 인터넷 홈페이지, 사무실도 없지만 그야말로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에 힘입어 20년간 봉사활동의 맥을 이어왔다.
녹원회의 대표적인 봉사활동은 소아 백혈병 환자 돕기 자선패션쇼. 매년 봄, 가을에 회원들이 전문 모델과 한 무대에서 패션쇼를 열어 그 수익금을 소아 백혈병 환자에게 기부해 수많은 생명을 살렸다.
그러던 중 지난해 한 회원이 혈액암으로 사망하자 회원들의 결속력은 한층 강화됐다. 박은경(1961년 선) 녹원회 회장은 “지난해 손민지(2000년 골든듀)씨가 스물일곱살 꽃다운 나이에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회원들의 참여 열기가 한층 높아졌다”면서 “무대 위에 서지 않더라도 환자를 돕기 위해 일일판매원 활동 등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녹원회는 1999년 IMF로 우리 사회가 고통받던 시절 직장을 잃은 여성 돕기 행사를 열었고, 외채상환 금 모으기 범국민운동에도 앞장섰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는 세계인의 이목을 한국에 집중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는 등 홍보가 필요한 곳에서는 홍보대사로, 일손이 필요한 곳에서는 일꾼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 2006 진 이하늬 "한국문화 세계에 알리는 전령사… 자부심 커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단순히 예쁜 사람을 뽑는 무대가 아닙니다. 한국을 잘 알릴 수 있는 사람을 뽑아 우리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전령사로 삼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지요.”
지난 1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외교사절 역할을 톡톡히 해낸 2006 미스코리아 진 이하늬씨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존재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5월 멕시코에서 열린 2007 미스유니버스 선발대회는 미인대회가 ‘국가간의 총성 없는 문화 전쟁터’라는 것을 잘 보여줬다. 각국 대표들이 입은 전통의상이나 응원단이 들고나온 다양한 소품들에서 홍보전의 소리 없는 포연은 짙게 피어 올랐다.
참가자들의 태도나 말씨, 생활철학, 옷차림 등은 고스란히 출신 국가의 미의식과 문화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로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다. 대회 개막전부터 각국 누리꾼들이 자국의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주최측 홈페이지를 점령하다시피 한 것도 미인대회라는 타이틀로 포장됐으되 국가간 자존심을 내 건 대회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가 간 홍보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하늬씨의 4위 입상 소식은 비인기 운동 종목 대표단이 세계 대회에서 우승컵을 안은 승전보에 견줄 만 했다. 멕시코로 떠나기 전 ‘본선 무대에서 무엇을 보여줄까’하는 고민은 오롯이 이씨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별다른 지원도 없이 모든 것을 혼자 준비해야 했다.
반면 1위에 오른 미스재팬 모리 리요는 치밀하게 준비된 후보였다. 그녀가 일본 최대의 자동차 회사 도요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으며, 무대에서의 걸음걸이며 손동작 하나까지 프랑스출신 전문 연출가의 구상에 따라 한 치 오차 없이 움직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 축구만큼이나 미인대회 인기가 높은 브라질 대표가 2위, 미인사관학교를 둘 정도로 미인 만들기에 관심이 많은 베네수엘라 대표가 3위를 차지한 것도 국내의 무관심과는 크게 비교된다.
“브라질 대표의 날개 옷, 과테말라 대표의 큰 꽃을 상징하는 의상 등을 보면서 ‘저렇게 큰 옷을 어떻게 운반했을까’ 궁금했을 정도로 각 나라의 치밀한 준비상태를 보면서 너무 놀랐어요. 그만큼 미인대회가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 것이 내심 부러웠어요.”
이씨는 개인적으로는 미스유니버스 대회를 통해 한국문화의 경쟁력을 엿보게 된 것을 가장 큰 보람이라고 꼽았다. “한국문화의 경쟁력은 대단한 것 같아요. 이번에 준비해간 어우동 의상이 전통의상 심사에서 가장 우수하게 평가된 것만 봐도 그렇죠. 다른 나라에서 온 후보들도 ‘너무 예쁘다’며 얼마나 눈독을 들이는지, 우리 전통미의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씨는 자신의 노하우를 살려 오는 27일 새로 탄생하는 미의 여왕을 힘껏 도울 생각이다. “중국의 경극, 일본의 게이샤처럼 한국은 ‘무엇’이라고 꼽을 수 있는 아이템이 분명 있어요. 2007 미스코리아가 세계무대에서 외로운 도전을 펴지 않고도, 우리문화의 다양성과 높은 수준을 맘껏 선보일 수 있도록 제 경험을 살려 최대한 돕고 싶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 미스코리아 왕관의 가격은 얼마일까
미스코리아 왕관의 가격은 얼마일까. 2007 미스코리아 왕관을 디자인ㆍ제작한 뮈샤주얼리에 따르면 올해 미스코리아 진 왕관의 가격은 약 50만 달러(약 4억 6,000만원)로 추정된다.
‘불멸의 사랑’을 테마로 한 올해 왕관은 장미를 모티프로 디자인됐으며 플래티넘백금에 2,200개의 다이아몬드가 세팅돼 있다. 단, 미스코리아 진에게 주어되는 왕관은 모조품이며 진품 보석으로 만든 왕관은 업체에서 보관한다.
■ 미스코리아 합숙소 현장 "몸이 두개라면 좋겠어"
미스코리아가 되는 데 미모는 필요조건이기는 하되 충분조건은 아니다. 나라를 대표해 세계무대에 설 인물을 뽑는 만큼 사려깊은 품성이나 상황대처능력, 적극성과 지성 등 다양한 자질이 시험대에 오른다.
각 시도를 대표하는 미녀들이 한달 남짓 한 곳에 모여 합숙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후보들은 합숙을 통해 미스코리아 타이틀의 진정한 의미와 잊지 못할 인생의 교훈을 얻는다. 합숙 2주차인 14일, 30명씩 2팀으로 나뉘어 백화점 1일 자선 판매에 나선 그들의 일정을 따라가 봤다.
#오후 1시 45분
“조민경씨, 고은혜씨. 어디 계시죠?”
현대백화점 천호점 12층 회의실. 회의 테이블에 쪼르륵 모여 앉은 2007 미스코리아 후보 30명은 혹시 내 이름인가 싶어 일제히 박광수 현대백화점 영캐주얼 담당자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 때문에 오전 6시부터 잠을 설쳤지만 오늘 하루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의류브랜드 매니저들과의 첫 만남이 아니던가. 하나 둘씩 짝을 지은 미스코리아와 매니저들이 소란스러워지자 담당자는 “자, 이름 불리면 이산가족 찾듯이 빨리 짝을 찾아 매장으로 가세요”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어머, 너무 예뻐요. 우리 잘해 봐요.” “세상에, 키가 정말 크네.”
#오후 2시.
“예쁜 사람이 매장에 있으니 좋네요.”
미스코리아들이 30개의 의류 브랜드 매장에 일제히 투입되자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눈에 띄는지 쇼핑객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망고 매장에서 자선 판매에 나선 미스 하와이 고은혜(22)씨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직원들의 인사에 뒤늦게 고개를 숙여 보지만 어딘지 어색하다. “저 한국말은 잘 못하지만 그래도 잘할 수 있어요”라고 자신감을 보이던 고씨는 “의대에 다니고 있어서 병원 아르바이트는 많이 해봤지만 옷을 파는 일은 처음이거든요. 무엇부터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언니, 이 디자인으로 29사이즈 있어요?”
미스 서울 선 이진(20)씨는 어느 새 판매가 익숙해진 듯 진열대에서 능숙한 솜씨로 손님이 원하는 옷을 찾아낸다. “열심히 해야지요.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옷 사러 와서 기다리는 것 기분 좋지 않잖아요. 열심히 해서 오늘 100만원 어치 팔 거예요.”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래도 몸이 힘든 건 그냥 쉬면 된다”는 알 듯 말 듯한 대답이 돌아온다.
“합숙하면서 힘든 건 사실 이런 것보다 후보들 간의 묘한 긴장감이에요.”
#오후 4시40분
“아르바이트 경험이 많아 3시간 의류 판매쯤은 우습다”던 미스 오세아니아 진 김은영(19)씨가 갑자기 목을 부여잡고 괴로워 하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손님을 상대했기 때문. 그래도 이씨는 “앞으로 옷 사러 가면 (이렇게 힘든 일 하는) 매장 직원들한테 친절히 대해야 겠다”며 밝게 웃었다.
“10건 올리는 게 목표였는데 그래도 벨트, 티셔츠에 재킷까지 5개 팔았으니 저 잘한 것 맞죠?”
#오후 5시
각 매장에 흩어져 있던 미스코리아 후보 30명이 모두 옥상공원에 모였다. 조금 전까지 씩씩하게 장사를 하던 ‘억척 순이’들은 온데 간데 없고 각자 매장에서 기념품으로 받은 옷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영락없는 ‘대한민국 20대’다. 기념촬영이 끝나고 경기도 기흥 합숙소로 돌아가는 고속버스에 오른 후보들 중 절반 이상이 출발 10여분 만에 단잠에 빠져들었다.
#오후 8시
저녁 식사를 마친 60명의 후보가 빠짐없이 모인 곳은 합숙소의 대강당이다. 본선 때 선보일 특별 공연의 안무 연습을 위해서다.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 <그리스> <물랑 루즈> <토요일 밤의 열기> 의 대표 넘버를 메들리로 엮은 곡에 안무를 더한 특별공연 연습이 3조로 나뉘어 진행됐다. 백화점에서 3시간 여를 서 있어 피곤할 법도 한데 다른 조가 연습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벽을 보고 연습하는 후보들. “밖이 깜깜하니까 벽 창문에 거울처럼 제 모습이 보이잖아요.” 발바닥이 새까맣게 되도록 맨발로 연습하는 후보들도 3분의 1은 족히 넘어 보인다. 알고 보니 잘하는 후보일수록 공연 당일 앞줄에 세운다는 게 안무 강사의 원칙이라고. 공연시간은 15분 남짓이지만 연습은 합숙기간 내내 매일 2시간씩의 강행군이다. 그나마 이날은 백화점 판매 활동을 감안한 스태프의 배려로 연습 시간이 1시간 줄었다. 토요일> 물랑> 그리스> 싱잉>
#밤 10시
공식 일정이 끝났는데도 숙소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후보들. “어디 가느냐?”고 물었더니 “매점이요!” 라며 깔깔 웃는다. 뷔페식으로 제공되는 저녁 식사 때 너무 조금 먹는다 싶어 몸매 관리를 하나 했는데 숙소로 돌아오는 길엔 양손 가득 치킨과 컵라면이 들려 있다. “오늘은 약과예요. 정말 몸매는 타고 났는지 저렇게 먹고도 살이 안 쪄요.” 여자 스태프의 부러움 섞인 목소리가 들려 온다.
#밤 11시
점호 시간. 점호를 맡은 스태프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방안 현관 가득 놓인 구두들이다. 자율 복장으로 합숙 기간을 보내는 이번 대회는 후보자들간의 ‘스타일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매일 같이 구두와 액세서리가 든 택배가 합숙소로 배달된다. 내일 출연할 TV 퀴즈프로그램에 하고 갈 액세서리를 챙기느라 정신 없는 후보들, 스태프의 점호는 듣는 둥 마는 둥 이다.
#새벽2시
“이제 그만 얘기하고 잠자리에 드시죠. 내일 일정 오전 5시 30분부터 시작되는 것 알고 계시죠?” 창 밖으로 고함치듯 대회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협찬사 방문, 프로필 촬영에 매일 계속되는 안무 연습으로 빡빡한 일정이지만 언제 어디서나 후보들 간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이날도 어김 없이 자정이 넘어서야 불이 꺼진 방이 많았다. 2007 미스코리아의 진ㆍ선ㆍ미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참가자들에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인생을 배우는 축제, ‘우리 기쁜 젊은 날’의 자랑스러운 한 페이지로도 충분한 것 같았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 2007 미스코리아 대회 소개
51회째를 맞은 2007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개성을 중시하는 신세대의 취향을 반영, 진행 방식에 약간의 변화가 있다.
우선 지난 1일부터 시작된 합숙 의상이 달라졌다.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합숙과 본선 대회시 협찬사 제공 의상으로 통일했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각자의 취향을 살린 옷차림을 허용한 것이다.
미스유니버스나 미스월드 등 국제대회가 후보자의 개성 표출과 다양한 이벤트 연출을 위해 개별 의상을 활용케 하는 점을 반영한 셈이다. 본선 대회 구성도 신세대 후보들을 고려한 방식을 택했다. 후보들의 단체 공연을 <싱잉 인더 레인> <그리스> 등 뮤지컬 레퍼토리에 맞춘 군무로 짠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스> 싱잉>
매년 합숙일정에 포함돼 있는 봉사활동, 위문활동 등도 올해는 조금 특별하다. 지난해에는 독도를 방문해 경비대 위문활동 등을 펼쳤던 후보들은, 올해는 글로벌화에 발맞춰 중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갖는다. 한중미래숲과 함께 하는 행사로 내몽고 쿠부치 사막을 찾아 나무를 심고 환경보호 홍보 활동을 벌이는 황사방지 식수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1990년대부터 2003년까지 점수제(최상위 점수와 최하위 점수를 제외한 점수를 더해 순위를 결정하는 올림픽 채점 방식)를 적용했던 심사는 2004년 이후 투표제를 통한 다득표 순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올해도 투표제로 미스코리아가 결정된다.
올해도 사전 심사가 진행된다. 심사위원 간 점수 편차를 줄이기 위한 목적에서다. 후보자들은 본선 하루 전에는 노 메이크업 상태로 인터뷰 심사를, 대회 당일 오전에는 수영복 심사를 받게 된다. 사전심사에서 15명의 1차 통과자(동점자 있을 시 늘어남)가 거의 결정된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대개 15~20명인 심사위원 명단은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후보들의 로비나 부정의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늦게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대회 직전까지 발표되지 않는다.
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2007 미스코리아 본선은 동아TV, 채널V, 씨네마TV와 전국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자체 채널을 통해 생방송되며 석세스TV를 통해서도 추후 방영될 예정이다.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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