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청문회를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명할 절호의 기회로 삼은 듯했다. 도곡동 땅과 옥천 땅 매입, BBK 사건, 홍은프레닝 특혜 의혹 등 민감한 질문에선 추가 답변 시간을 따로 요청하는가 하면 청문위원의 말을 가로채면서까지 해명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초반부엔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마치 교수가 강의하듯 손짓까지 하면서 적극적으로 설명에 나섰다. 이 전 시장은 ‘도곡동 땅이 이 전 시장 땅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 땅이 제 땅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얼마나 큰 재산인데”라고 받아쳐 웃음을 끌어냈다. 도곡동 땅과 관련해 ‘처남과 형의 자금 출처가 확실치 않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22년 전에 어디서 돈 구해서 땅을 샀냐고 묻는데 20년 전 내가 어디서 자금을 구해 투자했냐고 물어도 답변이 어려울 것 같다”고 넘겼다.
이 전 시장은 검증위원이 “도곡동 땅이 검찰 조사 결과 후보 것으로 밝혀지면 어떻게 하겠냐”고 몰아세우자 ‘검찰 조사’라는 용어가 잘못 쓰였다면서 답변을 살짝 피해갔다. 그는 “조사받는 게 아니라 이 땅 소유주인 김재정씨가 ‘이게 이명박 땅 아니냐’고 의심받아 고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청문회 후반부로 가면서 홍은프레닝 개발정보 유출, BBK 사건 등에 대한 검증위원의 추궁이 잇따르자 언성이 점차 높아졌고 툭툭 내던지는 듯한 특유의 무뚝뚝한 답변 태도도 자주 내비쳤다. 이 전 시장은 “네거티브에 너무 오랫동안 시달리고 있다. 이런 네거티브가 한국 정치사에 있었는가”라고 개탄했고, 이후에도 검증위원들의 날선 질문에 “전형적인 네거티브”라고 맞서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는 “고려대를 나왔다고 해서 나와 다 관계가 있다는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나 위장 전입과 선거법 범인도피 전력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며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경준 BBK 전 대표의 누나 에리카 김과의 염문설을 묻는 질문에는 “사적인 관계가 전혀 없다고 한미 법정에서의 선서가 기록에 남아 있다”며 비교적 차분하게 답변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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