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치어 리더(Cheer leader). 1970년대 미국프로풋볼(NFL)에서 유래된 치어 리더는 국내에서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88 서울올림픽을 거쳐 90년대 중반 이후 프로스포츠 전반에 뿌리를 내렸다.
현재 야구와 농구 등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포츠 전문’ 치어 리더는 약 150명. 이들은 프로야구 시즌인 4월부터 10월까지는 야구장에서, 농구의 계절인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농구장에서 관중과 함께 울고 웃는다.
화려함과 젊음의 상징인 치어 리더.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남 모를 애환도 많다. ‘스포츠 전문’ 치어 리더들로부터 자신들을 둘러싼 ‘편견’과 ‘진실’을 들어봤다.
25세가 환갑이라뇨?
10년 전만 해도 25세는 ‘은퇴 연령’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엔 20대 후반도 많고 이따금 서른 살이 넘는 ‘어르신’도 있다. 지난해 말 4년 만에 복귀한 프로농구 SK 치어 리더 김경아(27)씨는 남편과 딸이 있는 주부다.
스포츠 전문 이벤트 업체 ㈜코렉스 문종철 실장은 “과거에는 나이 때문에 그만둬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중요한 것은 치어 리더의 능력일 뿐 나이는 아무 상관 없다”고 했다.
노출증 환자? 짧은 치마는 유니폼일 뿐
노출증 환자에 날라리라고요?
올해로 8년차를 맞은 베테랑 이미경(28)씨. 체육과 출신인 이씨는 대학에서 배드민턴을 전공했다. 이씨는 선배의 권유로 아르바이트로 했던 것이 인연이 돼 치어 리더가 됐다.
“짧은 치마와 민소매 상의는 저희들에겐 유니폼이죠.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노출증 환자’나 ‘날라리’쯤으로 여기더라고요.”
박정혜(28)씨도 늘 불쾌한 경험을 한다. 일부 남자 관객들이 일부러 취한 척하면서 부딪치거나 몸을 더듬는다. “치어 리더는 흥을 돋우는 사람이지 접대부가 아니거든요.”
개그맨보다 더한 개그맨
양현주(29)씨는 “슬픈 일이 있더라도 무대에선 늘 피에로처럼 웃어야 한다. 치어 리더가 조금만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 관중이 금세 알아차리고 ‘집어치워라’고 한다”고 털어놓았다.
박정혜씨는 발목을 다쳐 걸을 수도 없었지만 진통제를 먹고 테이핑을 한 채 야구장에서 3시간 동안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얼마 전 프로야구 KIA 응원단장 김주일씨는 무릎에 반깁스를 한 상태에서 단상에 올라가 화제가 됐었다. 물론 웃는 얼굴은 기본이었다.
억대 연봉? 베테랑 가까스로 2,400만원
4년 벌면 억대 연봉이죠
치어 리더들의 월수입은 평균 150만원, 많을 때 200만원 정도 된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1,800만~2,400만원으로 대졸 신입사원과 비슷하지만 어디까지나 베테랑에 국한된 얘기다. 초보 때는 전혀 돈벌이가 안 된다.
박영선(21)씨는 “치어 리더라고 하면 연봉이 수 천만원쯤 되는 것으로 아는데 사실과 다르다.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연습 등 노동강도를 고려하면 절대로 많이 버는 게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관중이 마약
짧은 치마를 입고 늘 웃어야 하며 돈도 많이 벌지 못하는데도 치어 리더를 하는 이유는 뭘까. 치어 리더들은 ‘마약’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더러 짓궂은 관중 때문에 울기도 하지만 그래도 관중은 마약이죠. 우리들의 율동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관중들이 치어 리더의 존재 이유입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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