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간절한 순간에 터진 ‘대포알’ 슛. 절체절명에 빠진 한국 축구를 수렁에서 건진 ‘해결사’는 베어벡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미드필더 김정우(25ㆍ나고야)였다.
김정우는 인도네시아전 전반 33분 이천수의 패스를 중앙에서 이어받아 통렬한 오른발 중거리슛을 때렸다. 수비수 몸을 맞고 휘어진 공은 그대로 골네트로 빨려 들어갔다. 김정우의 A매치 첫 골. 한국 축구 사상 가장 극적인 A매치 데뷔골 중 하나로 남을 만한 멋들어진 작품이었다.
김정우는 인도네시아전을 앞두고 마음고생이 심했다. 15일 바레인전 역전골의 빌미를 제공한 ‘주범’이었기 때문이다. 김정우는 바레인전 후반 말미 아무 의미 없는 횡패스를 시도하다 가로채기를 허용해 역전골의 시발점이 됐다.
김정우는 바레인전의 무기력한 플레이로 인해 인도네시아전에서 선발 기용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은 마지막까지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김정우는 전방의 조재진-이천수-최성국과 함께 인도네시아 골문에 파상 공세를 펼친 끝에 귀중한 선제결승골을 만들어 냈다. 김정우는 “베어벡 감독이 15분 정도 지나면 인도네시아 수비에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했는데 적중했다”면서 “중요한 경기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어서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동안 베어벡 감독의 용병술에서 가장 의문 부호를 받은 곳은 김정우의 기용이었다. 베어벡 감독은 대표팀 부임 이후 첫 경기였던 지난해 8월 아시안컵 예선 대만전에서 김정우를 과감히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웠다.
지난 시즌 J리그 나고야로 이적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본업은 수비형 미드필더. 많은 사람들이 공격 성향이 부족한 김정우를 공격의 일선에 내세운 것에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베어벡 감독의 ‘믿음의 용병술’은 가장 중요한 한판에서 깨끗한 결실을 맺었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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