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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 계절 맞아 민감한 방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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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 계절 맞아 민감한 방송가

입력
2007.07.19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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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엔터테인먼트일까, 엔터테인먼트가 정치일까. 대선이 다가오면서 다시 한번 방송가가 민감해졌다.

최근 KBS <한성별곡-正> 은 이미 촬영된 일부 장면을 편집했다. 편집된 부분은 조선 시대에 정조(안내상)가 개혁을 추진하던 중 정조가 기득권을 지키려는 신하들과 대립하면서 “국법을 무시한다? 언로를 넓히고 직언을 자유롭게 하라 하였더니,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게로구나”하는 부분. 대사가 최근의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였다.

고영탁 KBS 드라마 1팀장은 “몇몇 대사가 문제가 된다는 지적을 받아들였다”면서 편집에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한성별곡-正> 은 또 사전제작제로 이미 촬영을 마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장면을 재 촬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들의 ‘설화’도 이어지고 있다. 탤런트 이덕화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각하라고 말한 것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대선 때마다 연예계가 정치와 가까워지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인터넷이 활성화된 요즘에는 연예인의 정치 참여가 단지 연예인의 정치적 기반 확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MC 김미화는 자신이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 대선 이후 활발한 방송활동을 했다는 요지의 기사를 내보낸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연예인 활동에 도움을 준 것처럼 묘사돼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는 이유다.

또 탤런트 이순재는 이덕화의 ‘각하’ 발언에 대해 “이덕화는 선거 출마 경험이 있는 사람인만큼 정치 인식이 먼 사람은 아니다. ‘각하’라는 호칭도 본인의 정치적 소신을 밝힌 것 뿐인데 여유롭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풍토가 안타깝다”고 말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평소에는 모두에게 존경 받는 원로 연기자이지만, 정치적 입장을 밝히자 지지자와 ‘실망했다’는 의견이 함께 올라온 탓이다. 정치적입장을 밝히는 것이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젊은 인기 연예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히기 꺼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괜한 구설수에 오르기 보다는 기존의 이미지를 잘 지키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대선에서 개그맨 심현섭이 “내 정치적 성향 때문에 <윤도현의 러브레터> 에 출연을 거부 당했다”고 말해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킨 뒤 침체기를 맞이한 것은 정치적 성향과 처신이 연예인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정치권으로부터 직접적인 외압은 사라졌지만 이제는 대중이 정치와 연예활동을 연결해 바라보고 있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젊은 연예인이 특정 정당을 지지했다가 반대편 지지자들을 안티 팬으로 만들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몇몇 연예인을 제외하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헐리웃 스타들이 선거 때마다 적극적으로 지지 정당을 밝히며 모금 운동에 나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연예인이 말 한 두마디로 ‘설화’에 시달리고, ‘정치의 계절’마다 방송사가 알아서 제작물의 내용을 조절하는 요즘의 풍경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여전히 정치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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