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황의 법칙'은 계속됩니다. 특히 1~2년 안에 낸드플래시를 채용한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가 PC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를 대체하면서 '대박'이 터질 겁니다."
삼성전자 주우식 부사장은 13일 5년6개월 만에 최악이었던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를 밝혔다. 반도체 경기가 이제 겨우 바닥을 찍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시점에, 삼성전자의 기술적 우위를 과시하는 '황의 법칙'(매년 반도체메모리의 용량이 2배씩 성장한다는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부문 사장의 이론)이나, 반도체 대호황을 거론하는 것은 한참 앞서간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얘기도 아니다. 현재의 분위기로 보면 9월경 황의 법칙이 8년 연속 입증됐다는 삼성전자의 낭보 발표가 예상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상반기 8기가비트 낸드플래시를 채용한 SSD 양산체제를 구축, 일본 도시바 등 전세계 주요 PC업체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SSD는 HDD에 비해 부팅 속도와 읽기, 쓰기가 빠른데다 진동과 소음에 강하다. 초경량ㆍ초소형화가 가능해 PC뿐만 아니라 디지털 캠코더, 차량용 내비게이터 등 쓰임이 무궁무진하다. 삼성전자는 SSD시장이 올해 2억 달러에서 매년 40%씩 폭증, 2010년에는 68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측이 맞다면 말 그대로 대박이다.
시장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물론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돼 2009~2010년에 본격화할 SSD시장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일본의 도시바를 비롯해 미국의 마이크론, 한국의 하이닉스 등도 SSD 수요증가에 대비, 관련 낸드플래시 증설 경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SSD제품을 비롯해 반도체 산업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고 경기 호황국면의 과실을 확실히 따먹으려면 지속적인 차별화한 제품군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특히 최근 2004년 이후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 이유를 분석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사실 반도체시장은 2005년부터 엘피다와 도시바 등 일본의 라이벌들과 대만 군소업체들의 생산능력과 시장 대응능력은 크게 강해졌다. 황창규 사장이 지난해 12월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 모두 계절적 요인에 상관없이 2007년은 물론 2008년에도 계속 좋을 것"이라는 빗나간 예측을 한 것도 경쟁자들의 이 같은 생산능력을 간과한 측면이 있었다.
이와 함께 황의 법칙 실현을 통해 기술적으로 앞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적기에 대응해 양산기술을 갖춰 원가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부증권 이민희 연구원은 "낸드 시장을 앞장서 창출한 삼성은 2005년 낸드 시장 활황기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하이닉스나 일본의 도시바에 비해 과실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며 "지난해 하반기 D램 호황기에도 기술적으로 앞선 80나노 공정으로 전환했다가 생산성이 오르지 않아 상대적으로 돈을 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이런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선 새로운 시장을 겨냥한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1995년이나 2004년 같이 D램 하나만으로 슈퍼호황이 가능했던 때와는 다르다"며 "삼성전자가 플렉스 원랜드 등 차별화한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시장에 신속히 대응하는 한편,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는 원가경쟁력을 갖추는 길 외에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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