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움직일 준비가 돼 있는 것 같다.”
18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막된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 및 이에 앞서 1시간 가량 열린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남북 대표 접촉을 지켜본 정부 당국자는 북측의 자세를 이같이 평가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지난 수년 간 6자회담에서 김 부상을 지켜봐 왔지만 입이 귀까지 걸릴 만큼 밝은 태도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북미, 남북 회동에서 김 부상이 도발적인 요구를 해 오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 본부장은 이날 남북 접촉과 수석대표회의 뒤 기자들에게 “과거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실무적인 협의가 있었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북측은 그간 회담 초입 때마다 핵군축회담, 중유 400만톤 제공 등 과도한 정치ㆍ경제적 요구 조건을 내걸어 회담 분위기를 경색시킨 뒤 서서히 현실적인 태도를 취하는 협상 방식을 취해 왔다. 때문에 북측의 협상 자세 변화는 핵 프로그램 신고와 핵 시설 불능화 등 2단계 조치 이행에 대한 결론 도출 가능성을 한층 높여 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비록 기술적 문제와 5자당사국의 상응 조치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으나 김 부상이 연내 신고ㆍ불능화 이행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무척 의미가 크다.
문제는 원칙에 대한 공감대보다는 디테일(세부사항)에 대한 합의다. 특히 연내 불능화 이행과 관련한 상응 조치로 북측이 어떤 정치ㆍ안보적 요구(대북 적대시 정책 전환 요구)를 하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한미가 수용할 수 있는 요구 수준인지, 이를 신고ㆍ불능화 이행과 시기적으로 어떻게 연계시키는지도 이해 타산이 복잡하게 얽혀 풀기가 쉽지 않은 과제다. 6자회담에 정통한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북미 간에 정치ㆍ안보적 요구에 대한 절충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욱이 한미는 연내 불능화를 목표로 핵 신고와 불능화를 병행 추진하자는 입장인 반면, 북측은 신고를 완료한 뒤 불능화로 가는 순차적 진행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불능화의 방식과 개념도 엄청난 이해가 걸려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수석대표회의 뒤 “신고ㆍ불능화 이행과 관련해 기술적으로 협의할 문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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