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 그는 현행법상 세금 낼 필요가 없는 종교인이다. 하지만 조 목사는 자진해서 근로소득세와 4대 보험료로 매월 50만원 가량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
매월 교회에서 본봉(약 200만원)과 별도 활동비(수십만원 가량)를 합쳐, 같은 금액을 받는 일반 근로자와 똑같이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다.
종교인 과세는 해묵은, 하지만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최근 목사 신부 스님 등 종교인에 대핸 과세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논란 자체는 좀처럼 가라앉질 않는 분위기다.
이런 와중에 세무서 직원 앞에 돈을 가지고 가 '납세의 의무를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 종교인들이 있어, 정부의 비과세 입장을 무색케 하고 있다.
조 목사는 "교회가 주는 월급은 회사 근로자들과 다를 바 없는 형태"라며 "종교인 비과세를 주장하는 논리들은 억지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도 목사가 된 1970년 이후 줄곧 세금을 납부해 오고 있는데, 그는 "교회에서 주는 월급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입장에서, (목사 월급은) 세금을 내야 하는 소득원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물론 조 목사나 박 목사 같은 '과세론자'는 종교계 내에서 여전히 소수파다.
그러다 보니 아이러니 하게도 세금을 내려는 종교인들은 온갖 불편을 겪는다. 천주교의 경우 거의 모든 교구의 소속 신부, 수녀들이 소득세 자진납부 원칙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스님과 일부 신부들은 세금을 내고 싶어도 못 내는 경우가 있다. 신부나 스님은 부양가족이 없고 숙식지가 제공되기 때문에, 월급 자체는 100만원이 안 된다.
때문에 세금도 한 달에 몇 천원 정도여서, 세무서에서는 서류작성 등의 번거로움을 이유로 아예 세금수령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실 규정이 없어 세금을 내는 과정도 녹녹치 않다. 목사의 경우 교단을 사업체로 등록한 뒤 교단 소속 근로자들과 함께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게 하거나, 목사가 한명 뿐인 작은 교회는 자영업자로 별도 등록해 소득세를 내는 형태다.
종교비판자유실현 시민연대 오진환 운영위원은 "규정이 없어 세금을 받는 세무서가 받기 싫어할 정도로 번거로워 한다"며 "국세청에서 별도로 고민을 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약 1% 미만로 추정되는'세금을 내는 목사님'은 때론 불이익까지 당한다. 4대 보험료를 자진 납부하는데도,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고용보험 혜택 대상에서는 배제된다.
보험료는 내는데, 혜택은 받지 못하는 것이다. 조 목사는 "세무서에 알아봤더니'종교인은 과세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혜택이 없다'는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며 "세금을 내는 입장에서는 역차별을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70~80% 이상이 찬성한다. 그런데도 정부만 미루고 미루다 사실상 무산된 것은, '종교'를 건드리면 골치 아프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많다.
지난 주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공익법인 투명화 방안에도 공익법인의 60~70%를 차지하는 종교법인은 제외됐다. 세금을 한번 떼고 내는 기부금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종교인에게 과세를 하면 이중과세가 된다는 논리도, 같은 입장인 시민단체 종사자에게는 과세하는 것으로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종교법인법 제정추진 시민연대'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종교인이 세금을 내지 않는 나라는 한국뿐이고 종교관련 법이 없는 나라도 한국이 유일하다"며 "월 70~80만원을 받는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도 모두 소득세를 내는 마당에, 종교인만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은 조세법률주의의 형평성을 잃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종교인에게 과세를 하고 있는 주요국가 현황을 묻는 질문에 "그런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며 "시민단체에나 알아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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