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의 기적’이 실현됐다. 바레인전 역전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베어벡호’가 인도네시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승리, 극적으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8일 오후 7시20분(이하 한국시간) 자카르타 겔로라붕카르노경기장에서 벌어진 2007 아시안컵 본선 D조 리그 최종전서 인도네시아(1승2패)를 1-0으로 꺾고 1승1무1패를 기록, 같은 시간 팔렘방에서 사우디아라비아(2승1무)가 바레인(1승2패)을 4-0으로 완파한 데 힘입어 조 2위로 8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말레이시아를 2-0으로 꺾고 C조 1위를 차지한 이란과 22일 오후 7시20분 쿠알라룸푸르 부킷 잘릴경기장에서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또 D조 1위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을 3-0으로 완파한 C조 2위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맞붙는다.
베어벡 감독은 왼쪽 날개 염기훈(전북)을 이천수(울산)로 대체한 것을 제외하고 사우디아라비아전과 똑 같은 베스트 11로 경기에 나섰다. 배수진을 친 태극 전사들은 9만명의 인도네시아팬들이 자국 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홈 텃세’ 속에서도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모처럼 3선의 호흡이 맞아 들었고, 최전방과 미드필드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수비진도 오프사이드 트랩을 적절히 활용하며 상대 공격을 무력화했다.
그 시각, 사우디아라비아는 전반 18분 알 무사의 선제골로 바레인을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제골. 한국은 좌우 날개 이천수와 최성국(성남)의 빠른 발을 이용해 공격 주도권을 잡았지만 마무리가 잘 되지 않아 몇 차례 득점 기회를 무산시켰다.
고대하던 선제골은 전반 33분 터졌다. 고려대와 울산에서 한솥밥을 먹은 이천수와 김정우(나고야)가 멋진 호흡으로 통렬한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페널티에어리어 왼쪽 바깥에서 볼을 잡은 이천수가 아크 정면으로 드리블, 상대 수비수 3명을 제치고 절묘한 패스를 내줬고 김정우가 날린 오른발 슈팅은 상대 수비수를 맞고 골네트로 빨려 들어갔다. 사지 탈출의 희망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선제골을 넣은 후 집중력이 떨어지는 악습이 반복됐지만 막판 위기를 넘기며 전반을 마쳤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반을 2-0으로 마치며 태극 전사들의 어깨를 더욱 가볍게 했다.
인도네시아를 이기면 8강에 오르는 유리한 국면에서 후반전을 맞은 태극 전사들은 경기장을 날려버릴 듯한 인도네시아팬들의 응원 공세에도 흔들림 없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천금의 선제골을 지켜냈고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베어벡 감독과 선수들은 한데 엉켜 ‘자카르타의 기적’을 자축했다.
인도네시아(자카르타)=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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