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분기 영업이익이 5년새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휴대폰 사업에도 변화와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중저가폰 확대로 2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고가폰(프리미엄폰)에 대한 기대가 예상을 밑돌면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위해 신흥 시장 중심으로 중저가폰을 확대하는 한편 이익 확대를 위해 고가폰 판매량도 늘려야 하는 등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것. 저가폰 위주의 노키아를 추격하면서 고가폰을 무기로 무섭게 쫓아오는 소니에릭슨의 추격도 뿌리쳐야 하는 샌드위치 위기를 맞은 셈이다.
휴대폰 부문은 2분기에 분기 사상 최고치인 3,740만대를 판매해 세계 시장 점유율이 14%로 높아졌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두 자릿수에서 8%대로 떨어졌고 매출도 4조5,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000억원 줄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판매단가(ASP) 하락이다. 휴대폰 대당 판매가격이 155달러에서 148달러로 하락하며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떨어진 것. 많이 팔았지만 크게 벌지 못한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중저가폰 확대에 치중한 나머지 고가폰 시장을 놓친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의 지역별 휴대폰 매출을 보면 고가폰 위주의 유럽과 미주 지역은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던 지난해 4분기에 각각 1조6,740억원과 1조3,48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중저가폰이 확대된 올 2분기 유럽은 1조4,400억원, 미주는 1조2,150억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인도, 동남아 등 중저가폰이 주를 이루는 아시아지역은 지난해 4분기 1조3,020억원에서 올 2분기에 1조5,300억원으로 늘어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흥 시장 중심의 중저가폰 확대 전략을 펼치면서 고가폰과 중저가폰 판매비중이 6 대 4 정도로 바뀌었다"며 "고가폰은 줄어든 비중만큼 판매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로서는 일류 기업에 걸맞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포기할 수 없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영화 '오션스13'이다. 이 영화에서 알 파치노는 5분 이상 이어지는 대사로 "삼성 휴대폰이 명품"이라는 점을 이건희 회장 이름까지 거론하며 강조한다. 그러나 공들인 보람도 없이 고가폰 판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향후 전망도 쉽지 않다. 중저가폰은 노키아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고가폰은 '뮤직폰'을 앞세운 소니에릭슨이 바짝 추격중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 열흘만에 1년 목표치의 10%인 100만대 판매를 넘어선 것도 예사롭지 않다.
한국투자증권 노근창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아이폰 출시로 고가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고가폰 전략이 성공하려면 규모의 경제를 수반하는 중저가폰 전략이 동시에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저가폰 확대가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지는 딜레마는 새로운 고가폰 전략으로 극복해야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며 "내년에도 정보통신부문이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을 이끌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고뇌는 이번 전격 인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최지성 정보통신총괄사장은 선임된 지 6개월 만에 무선사업부장 겸직을 그만두고 총괄사장만 맡기로 했다.
무선사업부는 정보통신부문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휴대폰 사업을 책임지는 곳이다. 그만큼 총괄사장보다는 무선사업부장의 색깔이 휴대폰 사업에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무선사업부장에 따라 휴대폰 사업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며 "그만큼 이번 인사가 삼성전자의 정보통신부문 성장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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