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 이후 25일 만인 17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북미 회동은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주 베이징 미국대사관에서 오전 공식 접촉, 주 베이징 북한대사관에서 오후 접촉을 갖고 인근 중국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하는 등 18일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를 앞두고 입장 조율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힐 차관보나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힐 차관보는 오찬 회동 후 “매우 실무적(Very Businesslike)이었으며 많은 부분에 대한 검토가 있었다”고 말했지만 2단계 조치의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김 부상은 밝은 표정으로 “생산적인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해 사전 접촉이 긍정적이었음을 드러냈다.
힐 차관보는 이날 두 차례 회동에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와 핵 시설의 불능화를 병행하는 방안을 김 부상에게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과거 사전 접촉 등에서 신고를 완료한 뒤 불능화로 이행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어 힐 차관보의 제안에 김 부상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주목된다. 북측의 반응 여하에 따라 2단계 조치의 조기 이행, 즉 연내 불능화 여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번 수석대표회의도 이 같은 2단계 조치의 이행 절차와 순서를 놓고 양측이 치열한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은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부터 이행 단계를 잘라서 대가를 받아내는 살라미 전술을 사용해 왔다.
이와 관련, 김 부상은 이날 평양을 떠나기 앞서 미국 TV인 APTN과 인터뷰를 갖고 “2단계 조치에 대해 성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며 2단계의 목표와 각 당사국의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들어보고, 행동 순차(절차)도 정해야 한다”고 말해 한미의 전술에 대해 북측도 대비하고 나왔음을 시사했다.
동시 및 조기 이행에 걸 맞는 대가를 들고 나왔을 것이란 얘기다. 18일 열릴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에서 북측이 내놓을 구체적인 요구가 한미를 포함한 5자 당사국이 수용 가능한 수준인지 여부가 이번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베이징=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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