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어머니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자식을 따뜻하게 품어주며 절대적인 모성을 선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바라지를 하며 자식을 지켜보기만 하는 어머니 대신, 강한 생활력과 적극적인 성격으로 자식의 인생사에 관여하는 어머니들이 등장하고 있다.
SBS <강남엄마 따라잡기> 의 민주(하희라)는 자식 일이라면 앞 뒤 가리지 않고 나선다. 강북의 한 중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하던 아들이 영어경시대회에서 강남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에게 밀리자 당장 강남 이주를 결정하는가 하면, 아들을 좋은 중학교에 전학시키기 위해 전학생이 생길 때까지 관계기관 앞에서 죽치고 앉아 있다. 강남엄마>
아들의 진학지도는 놀아야 할 친구와 놀지 말아야 할 친구까지 정해줄 정도. 또다른 ‘강남 엄마’인 수미(임성민)는 한술 더 뜬다. 특목고를 다니며 기숙사생활을 하는 아들을 몰래 불러내 모텔에서 과외를 시키는가 하면, 남편의 생일은 챙기지 않아도 자식의 학원스케줄은 챙긴다.
어머니들의 자식에 대한 간섭은 학창시절로 끝나지 않는다. SBS<황금신부> 의 한숙(김미숙)은 평생 아들 준우(송창의)의 인생에 관여한다. 준우가 실연의 상처로 공황장애에 걸리자 실연의 상처는 사랑으로 풀어야 한다며 베트남까지 가서 라이따이한 진주(이영아)를 신부로 데려온다. 황금신부>
또 잠시라도 준우의 연락이 없으면 몸이 아파올 정도로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KBS <경성스캔들> 의 선우완(강지환)의 새 어머니인 영화(윤예희) 역시 선우완을 좋은 가문의 여자와 결혼시키기 위해 앞장선다. 경성스캔들>
어머니 캐릭터의 변화는 무엇보다 어머니의 가정 및 사회적 역할변화를 반영한다. MBC<하얀거탑> 의 준혁(김명민)의 어머니처럼 공부 잘해서 자수성가 한 아들을 먼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됐던 어머니 대신 <강남엄마 따라잡기> 에서 아이의 ‘매니저’를 자처하는 수미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요즘, 어머니는 자식과 더욱 밀착될 수 밖에 없다. 강남엄마> 하얀거탑>
반면 민주는 아예 남편이 없고, 한숙과 영화의 남편은 모두 인자한 성품을 가지고 자식의 의사를 존중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등 자식의 일에서 한발 물러선다. 또 민주는 자신이 집안의 경제를 모두 책임지고, 한숙은 남편과 함께 돈을 번다. 수미나 영화 같은 캐릭터 역시 집안의 상당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필요한데 돈을 쓰면서 자식의 인생을 관리하려 한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점차 늘어나고, 평균 생활수준이 좋아지면서 어머니의 역할도 달라질 수 밖에 없게 된 셈이다. 얼마 전 MBC<메리대구 공방전> 에서 넉넉지 못한 집안을 그럭저럭 꾸려가면서 자식의 취직이나 결혼문제 정도를 걱정하던 메리의 어머니가 과거의 서민 어머니상이었다면, 요즘 엄마는 민주처럼 돈이 없어도 자식 뒷바라지만큼은 철저하게 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메리대구>
그러나 이런 어머니상이 단지 적극적인 자식사랑에서 그치지 않고 ‘극성’으로 묘사되는 것은 문제다. 세 작품 모두 어머니들은 오직 자식의 세속적인 성공이나 안정된 생활을 위해 자식의 의사에 아랑곳하지 않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뒤집어 보면 자식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거나, 함께 공부문제를 고민하는 어머니들이 속물적이거나 자식을 로봇처럼 조종하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TV 칼럼니스트 정석희씨는 “시대에 따라 어머니들이 해야 할 일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시대상의 고려 없이 단지 과거와 다른 요즘 어머니의 표면적인 모습만으로 어머니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그리는 것은 지금의 어머니들이 놓인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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