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제헌절인 17일 내각제 개헌을 제안하며 개헌 공론화를 시도하자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이 4월 14일 6개 원내 정파 원내대표의 요청에 따라 4년 연임제 원포인트 개헌 발의를 유보하고 개헌 문제를 차기정권으로 넘긴 지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내각제 개헌론을 제기한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개헌 논란이라는 변수를 만들어 대선판을 흔들려는 시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우리 헌정제도, 다시 손질해야 합니다’라는 글에서 “차기 국회의 개헌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단임제로는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할 수가 없으니 내각제(개헌)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내각제 논의가 쉽지는 않지만 개헌 논의가 폭 넓게 진행된다면 검토해 볼 수 있다”며 “내각제는 레임덕이 없어 대통령제에서 겪는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내각제 개헌 발언은 꺼진 개헌 논의의 불씨를 되살리고 또 다른 논란을 부추기는 것일 뿐”이라며 “개헌 문제는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할 것이니 더 이상의 정략적 발언을 그만두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 박형준 대변인은 “일일이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일축했고, 박근혜 전 대표 측 이혜훈 대변인은 “다시 개헌 논의를 꺼내는 것은 무모하고 지극히 정략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정치 발전을 위한 현행 헌법의 개정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과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및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 선거구제 개혁 등의 전면적인 검토를 촉구했다.
나 대변인은 “안희정씨 등 측근들에 대해 사면권을 남발해 놓고 이제 와서 사면권 제한 얘기를 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다”며 “국정 실패를 추궁하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하자는 것도 제왕적 대통령의 독재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이 “8ㆍ15 광복절 사면은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이 없다”며 임기 내 사면은 계속하겠다는 것을 내비친 데 대해서도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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