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정보기술(IT)의 심장부이자 디지털 시대의 거대한 실험실이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밝힌 방한 소감이다. 그는 지난 5월 말 한국을 처음 방문해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분야에서 급격한 발전을 이룩했기 때문에 수십년간 세계의 인터넷 리더로 활약할 수 있다”며 “다른 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슈미트 회장 뿐만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기업인들은 한국에 대한 비슷한 인상을 이야기한다. 특히 IT업계 종사자라면 한국의 디지털 환경을 ‘경이롭다’고 표현한다.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디지털 선진국이다.
외국인들에게는 ‘광속’에 비유되는 100Mbps의 초고속 인터넷, 영상통화가 가능한 3세대 이동통신인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60㎞이상의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손 안의 TV로 꼽히는 디지털 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앞선 IT 인프라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덕분에 우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선정하는 디지털 기회지수(DOI)에서 미국, 일본 등을 제치고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외국 IT기업들이 잇따라 국내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치하고 국내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외국 IT기업들에게 한국은 앞선 IT인프라를 활용해 세계에 내놓을 서비스와 기술, 제품들을 미리 시험해 볼 수 있는 훌륭한 테스트베드다.
이런 이유로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을 비롯해 오라클, BEA, SAP 등이 R&D센터를 국내에 설립했으며 IBM, HP 등도 R&D센터를 국내에서 운영중이거나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인프라 외에 휴대폰, 온라인게임 등은 디지털 코리아의 위상을 떨치는 대표적인 제품군이다. 최근 국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13’에는 한국 휴대폰의 명성을 알리는 대표적인 장면이 들어 있다. 호텔 갑부인 알 파치노가 품위 유지를 위해 꼭 갖고 싶어하는 명품 휴대폰이 바로 한국 휴대폰이다.
알 파치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삼성 휴대폰을 구해보라”고 직원에게 지시하지만, 직원은 “일찌감치 품절돼 구할 수 없다”는 말을 한다.
종주국으로서 이름을 떨치는 온라인 게임 또한 디지털 코리아를 상징하는 대표 주자다. 온라인 게임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 속속 진출, 한국의 성가를 드높이고 있다. 넥슨은 올해 예상 매출 3,000억원 가운데 55% 이상을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올릴 전망이다. 엠게임도 중국, 동남아, 일본 등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올해 매출 목표인 1,000억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세계 유명 스타급 게임개발자들이 거꾸로 한국에서 한 수 배우겠다고 국내 기업에 취업하고 있다. 자동차경주게임 ‘니드 포 스피드’를 만든 세계 최대 게임업체 EA의 부사장 척 오세이어, ‘홈월드’를 개발한 알렉스 가든, 스키게임 ‘SSX트릭키’로 유명한 스티브 렉츠세프너 등이 지난달에 넥슨 북미개발 스튜디오로 옮겼다. ‘울티마’ 시리즈를 만든 리처드 개리엇도 엔씨소프트에서 일하고 있다.
IT인프라와 휴대폰, 반도체, 온라인 게임 등이 디지털 코리아의 빛이라면 불법 복제물 범람, 뒤쳐진 IT관련 법 등은 어두운 그림자다. 특히 지적 재산권을 중시하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불법 복제물을 해적 행위로 간주, 통상 마찰의 이슈로 삼을 만큼 민감하다.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이 102개국을 대상으로 세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45%로, 세계 평균 35%를 웃돌았다. 정재훈 BSA코리아 의장은 “불법 복제율이 10% 낮아질 경우 2조9,000억원의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 및 1만8,000여개의 일자리 창출, 8,870억원의 조세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뒤쳐진 IT 관련 법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IT인프라와 관련 제품 등으로 쌓아올린 디지털 코리아의 위상을 깎아내리지 않으려면 지적 재산권의 철저한 보호를 통해 불법 복제율을 낮추고 기술과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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