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되는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에서 양국이 자동차를 포함한 상품시장 개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본격적인 줄다리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달 서울서 열린 1차협상 직전 EU측이“허세 부리기 등 협상 진전을 지연시키는 태도를 버리고 실질적 논의를 앞세우자”고 제안한 대로 협상속도를 높이기로 한 모양이다. 하지만 한ㆍ미 FTA와 달리, 너무나 조용하게 협상이 진척되는 것 같아 적잖이 걱정된다.
EU는 역내 27개국의 GDP 합계가 14조달러를 넘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지난해 우리나라와의 교역량이 786억달러에 달해 중국에 이어 두번째 교역상대국으로 부상했다. 시장규모나 교역량에서 미국보다 큰 EU와의 FTA 협상 결과가 우리 경제나 국민생활에 미칠 영향이 결코 한ㆍ미 FTA에 뒤지지 않는다.
우리 협상팀이 상품, 서비스ㆍ투자, 규제, 분쟁 해결ㆍ지속가능 발전 등 주요 분과의 전략과 대안을 마련하는 데 크게 고심해온 이유다.
그런데 협상진척 내용을 관련업계나 국민들에게 올바로 알리고, 주고받을 여러 카드의 긍ㆍ부정적 효과를 따지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일차적 책임은 이슈 공론화와 홍보를 소홀히 한 정부가 져야 하겠지만, 이해당사자 학계 시민사회단체 언론 등의 상대적 관심부족 탓도 적지 않다.
우리(4.2%)보다 관세율이 높은 EU(11.2%)와 FTA를 체결하는 것이 무조건 이익이고, 쌀과 쇠고기 등의 민감 품목과 투자자-국가소송제 등의 논란거리를 협상대상에서 배제했다는 정부논리에 쉽게 빠져든 셈이다.
그러나 정부나 관료의 관성을 감안할 때, 건전한 비판이 없는 협상은 졸속으로 흐르기 십상이고, 그에 따라 국민들이 지불해야 할 비용도 커지는 법이다. 이번 협상에서 EU는 브랜드와 기술력을 자랑하는 자동차와 화장품ㆍ패션의류ㆍ주류 등은 물론 법률ㆍ금융서비스와 지적재산권에 걸린 이해를 분명히 했다. 협상팀의 고군분투 이상으로, 사회 전체가‘이익의 균형’이 깨지지 않게 챙겨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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