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늦은 밤 귀가길이나 급한 일이 있을 때 목적지에 빠르고 편리하게 데려다 주는 시민의 길동무 이다. 서비스도 날로 진화해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콜택시, 현금이 없어도 신용 카드 결제가 가능한 카드 택시 등 만능이다.
이제 편리함을 넘어 ‘안전, 환경, 공익을 위한 21세기형 택시’로 거듭나는 건 어떨까. 늦은 밤 귀가하는 여성을 위한 전용택시, 대기환경을 고려한 경차택시, 공공기관의 업무에 쓰이는 업무택시 등 한국일보와 희망제작소가 아이디어를 모았다.
“여성 전용 도입… 밤길 안전하게”
늦은 밤 택시를 이용하는 여성들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여성으로 살아가며 각인된 ‘무의식적 공포’다.
직장인 이보현(28)씨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택시에서 ‘험한 꼴’을 당한 적은 없지만 마음 놓고 타는 게 쉽지 않다. 그는 “폐쇄 공간인 택시 안에서 여성은 무방비 상태”라며 “기사의 인격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밤길을 혼자 걸을 때 무서운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남자 친구나 직장 동료가 함께 택시를 타 주거나 차량 번호를 적어 두는 등 ‘챙겨 주면’안심이 되긴 하지만 ‘매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안심 택시’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나 검증된 단체에서 여성전용 콜택시를 운영해 달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기사도 여성이면 금상첨화다.
해외에서는 여성전용 콜택시가 인기다. 러시아 모스크바에는 지난해 8월 ‘핑크 택시’가 등장해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영국 워링턴에서 15대로 시작한 ‘핑크레이디 택시’도 런던 등 대도시로 뻗어가고 있다.
서울시도 이르면 9월‘브랜드 콜택시 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여성전용 콜택시를 도입한다. 하지만 시 택시 기사 9만5,000명 중 여성은 840여명에 불과해 여성 기사만으로 운영하기는 힘들다. 희망제작소는 “다른 지자체도 여성전용 콜택시 도입을 시급하게 논의해 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고급 관용차 대체… 혈세 아끼게”
시민운동가 금홍섭(39)씨는 최근 대전의 한 공기업에 들렀다 종일 주차 돼 있는 3,500cc 최고급 검은색 관용차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주로 고위 공직자의 출퇴근에 이용되는 고급 관용차는 ‘굴러 다니는 혈세’다. 관용차를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관용차를 가족과 함께 사적 용도로 사용하거나 더 큰 차로 자주 바꾸는 폐해도 적지 않다.
금씨는 관용차 폐지 캠페인을 벌이던 중 관용차를 업무택시로 대체하면 운영비 절약과 대중교통 활성화 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금씨는“관용택시를 도입해 업무상 필요할 때만 이용하는 건 어떨까요”라며 16일 사회창안센터에 아이디어를 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 등은 지난해부터 관용차 대신 업무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서울시와 도시철도공사 등 시 산하기관은 지난해 10월 업무택시를 도입했다. 동작 금천 등 시내 7개 자치구도 동참했다. 전북도는 개인택시 5대를 도입, 월 100만원을 지급한다.
비용절감 효과는 도드라졌다. 도시철도공사의 경우 관용차 이용 때보다 운영비의 60~80%가 절감됐다. 택시 수요창출과 교통환경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업무택시 운영의 부작용도 있다. 기존 관용차량 수를 줄이지 않거나 공무원출장비 규정에 따라 예산을 이중 지원하기 때문이다. 희망제작소 안진걸 팀장은 “업무택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관용차량 축소 및 관련 규정 개정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차 보급… 싼요금 혜택 누리게”
직장인 이현수(31)씨는 “왜 우리나라 택시는 중ㆍ대형차 일색일까”하는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물론 승차감이나 안전 측면에서 보면 중대형차가 낫다. 하지만 정부가 경차에 대해 각종 세금과 이용료 혜택을 주면서 보급 확대에 나서는 마당에 800~1,000cc의 ‘경차 택시’가 없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
이씨는 “가까운 거리나 승객 1명만 탈 경우에는 경차 택시가 여러모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차량 구입비, 연료비가 적게 드는 만큼 요금 혜택을 주면 택시 회사와 승객 모두 이익”이라며 “친 환경적 이미지에 아기자기한 느낌까지 있으니 도시 미관에도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차는 아니지만 2,000cc택시를 1,600cc급으로 바꾼 일진운수에 따르면 2,000cc택시가 하루 평균 190㎞ 주행(가스 32ℓ)으로 11만6,000원을 번 반면, 1,600cc택시는 같은 거리를 25ℓ로 달려 12만2,000원을 챙겼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은 영업용 택시를 소형(1,500cc 미만), 중형(1,500cc 이상), 대형(2,000cc 이상), 고급형(3,000cc 이상)으로 구분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 회사들이 수익을 缺??경차 택시 공급을 꺼리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희망제작소 정기연 연구원은 “고객 선택권의 다양화 등 측면에서 경차 택시를 장려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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