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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야, 가는 길을 알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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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야, 가는 길을 알려다오"

입력
2007.07.1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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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애널리스트 A(35)씨는 요즘 데일리(일일 보고서)에 시황을 쓰는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주제를 고민하느라 줄담배를 피우기 일쑤다. A씨는 "돈의 힘으로 올라가는 요즘 같은 장세는 합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어 '상승장을 즐기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요즘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한숨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증권사 밥을 먹는 입장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은 확실히 반가운 일이지만, 번번이 시장 전망이 빗나가는 통에 도무지 체면이 서지 않는다.

M증권 리서치센터에서는 지난 주 3명의 연구원이 약속이라도 한 듯, 당초 발간 예정이던 기업탐방 보고서를 내지 않기로 했다. 대상 기업들의 주가가 보고서가 나오기도 전에 6개월 목표주가를 훌쩍 넘어서버렸기 때문이다.

이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요즘은 탐방을 다녀온 후 보고서를 작성하는 불과 1주일 남짓한 동안에 해당기업의 주가가 급등해 '만세를 부르는'(보고서 발간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목표주가를 충분히 올려 잡기 위해 다양한 분석틀을 동원하는 데도 여전히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치솟는 주가를 따라잡기 위해 각 증권사가 주가전망을 거듭 수정하는 일도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16일 "미국의 경우 1982~1987년 자산운용의 중심이 주식투자로 이동하면서 주가수익비율(PER)이 17.8배까지 상승했으며, 이 같은 전례는 우리 증시에도 적용될 수 있다"며 종합주가지수(KOSPI) 12개월 전망치를 기존의 1,900에서 2,310으로 무려 400포인트 이상 올렸다.

이는 신영증권과 UBS가 제시한 2,300을 뛰어넘는 수치다. 굿모닝신한증권이 지난해말 제시한 코스피 최고 예상치는 1,720이었다.

한국은행이 콜 금리를 인상하고, 시장 안팎에서 잇따라 증시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지만 정작 여의도는 장밋빛 낙관론 일색이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지만 금리인상, 원화강세, 중국의 긴축 우려 등 대형악재마저 집어삼킨 '황소장세' 앞에 하나 둘 무릎을 꿇었다.

이영원 푸르덴셜증권 투자전략실장은 "쏟아져 들어오는 돈과 달아오른 투자심리 외에는 주가상승을 설명할 근거가 없어 현 시점에서 언제쯤 조정이 시작된다고 말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리서치센터들은 요즘 때아닌 스카우트 경쟁으로 인력난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3월 결산 법인인 증권사들의 리서치 인력보강은 예년 같으면 4월 이전에 끝난다.

하지만 최근 펀드에 돈이 몰리며 인력난을 겪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이 애널리스트 출신을 섹터(업종) 매니저로 잇따라 영입하면서 연쇄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애널리스트에서 섹터 매니저로 옮길 경우, 이직에 대한 보상으로 통상 한 직급 정도 승진이 가능한 데다, 운용실적에 따라 짭짤한 성과급까지 챙길 수 있어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부 리서치센터장들은 "헤드헌팅에 급급해 정작 본업인 리서치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결원이 생길 경우 인력 보강이 힘든 중ㆍ소형사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소형사인 H증권의 한 관계자는 "회사 브랜드 제고를 위해서는 리서치 조직을 홍보에 활용해야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의 인지도가 올라갈 경우 스카우트의 표적이 될 수 있어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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