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이라는 표현은 좀 그렇고 ‘콤비’ 정도가 될 텐데, 그것도 의미가 다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이재오 최고위원, 박근혜 전 대표와 홍사덕 전 의원,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김부겸 의원. 이들 세 조합에서 각각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뭉뚱그릴 수 있는 말이 궁하다. 궁합이나 콤비가 조화와 보완의 의미를 갖고 있는 데 비해 두 사람들은 공통점이 많고, 오히려 분신의 느낌마저 든다. ‘팀’이라 부르는 게 낫겠다.
■ 실리 인화 이상 지향하는 ‘빅3’
‘이명박ㆍ이재오 팀’의 가장 큰 인상은 실리주의다. 청계천과 대운하로 상징되는 이 전 시장이야 실속과 이윤의 상징이지만, 사회의 화두를 선점해 왔던 이 최고위원의 지향점도 그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교직을 떠나 1980년대 민중이 사회적 화두였을 때 그는 ‘민주ㆍ통일ㆍ민중’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90년대 재야인사의 제도정치권 진입이 시작됐을 때 적극적으로 편입했고, 한나라당이 정치의 중심에 섰을 때 원내총무와 사무총장을 맡았다.
월드컵 유치가 국민적 염원이었을 땐 이를 위한 시민들의 모임에서, 건강이 이슈가 됐을 땐 건강실천운동에서 선두에 섰다. ‘병풍(兵風) 국면’에선 김대업 정치공작조사단을, 수도이전 논란 땐 이전반대 범국민운동을 이끌었다. 그는 국민 개개인의 실속과 이윤을 챙겨주는 것이 오늘의 화두라 여기고 있다.
‘박근혜ㆍ홍사덕 팀’의 이미지는 어떤가. 인화주의가 먼저 와 닿는다. “대전은요?” 한 마디로 당을 휘어잡은 박 전 대표의 무기는 ‘사람 꼬시기’다. 그를 만난 사람치고 “생각보다 못했다”는 이가 별로 없다. 홍 전 의원이 갖고 있고, 노력하는 분야도 그렇다. 7년 정도 기자생활을 하며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체득했기 때문인지 그는 약간 느끼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85년 신민당 대변인, 92년 민주당 대변인을 맡은 것은 그의 친화노력 덕분이었다.
무소속 단기필마로 서울 강남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었고, 무소속 의원으로 여야 중재자인 정무장관직을 얻은 것도 그렇다. 5선 의원에 국회부의장까지 역임했지만 일과 연관시켜 딱히 생각나는 게 없을 정도다. 갈등과 반목이 없는 친근한 나라의 마스코트로 나섰다.
‘손학규ㆍ김부겸 팀’에선 이상주의 냄새를 맡게 된다. 손 전 지사가 석탄가루를 뒤집어 쓰고 수염도 못 깎은 채 ‘실사구시’를 강조할수록 그 느낌은 더 짙어진다.
김 의원 역시 말과 행동은 현실공부를 했다지만, 지금보다는 나중을 생각하는 이상주의자에 가깝다. 대학시절 교정의 시위대를 호주머니 물건 다루듯 하며 발군의 정치력을 발휘했던 그였지만 현실 정치엔 가장 늦게 입문했다.
지금은 없어지거나 유명무실해진 정당들의 영입과 이적을 번번이 거절했다. ‘국회의원 한 번은 해 먹을 수 있지만 두 번 이상 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나중을 위한 ‘의미 있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그의 말은 현실정치에선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고집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 향후 5년 절실한 건 무엇인가
대선 캠프의 인물 면면을 살피는 것은 후보를 연구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포장되고 성형된 후보보다 새 정부의 행태를 예측하는 데 오히려 더 정확할 수 있다. 유력 후보 3명 중 누군가가 다음 정부를 이끈다면 국내외 정책을 결정하는 데 실리, 인화, 이상 가운데 무엇을 중요시할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 만큼 이들 3가지는 병행되어야 하겠지만 적어도 ‘4 대 3 대 3’의 무게 중심은 구별되어질 것이 분명하다.
주민등록 초본, 과거 누구의 딸, 정치인의 탈당 등을 이유로 호ㆍ불호의 감성에 호소하는 일은 좀 작아 보인다. 지금, 내년에, 앞으로 5년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최소한 실리, 인화, 이상 가운데 어느 것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할지 차분히 생각해 보자.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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