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일본 니가타(新潟), 나가노(長野) 지역을 덮친 강진을 계기로 원자력발전소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대 피해지역인 니가타현 가시와자키(柏崎)시에 자리잡은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자력발전소는 이번 지진으로 변압기가 불타는 등 2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이자 최고의 방진(防震) 시설을 자랑하는 이 발전소에서 방사성물질이 유출된 것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발전소를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이날 밤 늦게 원자로 1기의 건물 내부에서 코발트 58 등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물이 고여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또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원자로 수조의 물이 지진 충격 때문에 넘쳐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쿄전력측은 유출된 방사성물질은 미량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가동중이던 4기의 원자로도 지진 발생과 함께 자동으로 정지하는 등 방진대책이 순조롭게 작동해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전문가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심각하다. 지진 때문에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진 왕국인 일본 정부는 강진에도 안전한 원전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가시와자키 가리와 발전소의 방진 시설을 강화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정부가 상정한 강도를 넘어서는 지진이 빈발함으로써 지금까지의 방진대책을 근간부터 흔드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지진 때 이 발전소 내에서 측정된 흔들림 정도는 680갤(galㆍ흔들림을 표시하는 가속도)로, 원자로 등 주요 시설의 설계 때 상정하는 수치인 273갤을 크게 넘어섰다. 3월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반도 지진 때에도 호쿠리쿠(北力)전력의 시가원자력발전소에서 상정치를 넘는 흔들림이 나타나는 등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원전의 방진책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6일 “변압기 화재를 진압하고, 방사성물질 유출 사실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발전소측의 대응에 문제가 많았다”며 관계 장관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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