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발생한 니가타(新潟)_나가노(長野)현 지진은 공휴일(바다의 날)을 즐기던 일본 국민에게 큰 충격이었다. 3년 전 발생했던 니가타 주에쓰(中越) 지진의 악몽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똑같은 강도의 지진이 다시 니가타 지역을 덮쳤기 때문이다. 당시 니가타 주에쓰 지진은 67명의 사망자와 4,805명의 부상자를 냈으며, 피해액도 3조엔에 이르는 대재난이었다.
니가타 지역 주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몸을 떨었다. 한 중년 여성은 “땅이 흔들리는 것이 3년전과 똑 같았다”며 “그때 생각이 다시 들어 무섭다”고 호소했다. 지난번 지진으로 붕괴된 집을 최근 다시 신축한 남성은 “새집이 다시 쓰러지지 않아 안심했다”면서도 “(이번 지진으로) 벽에 금이 가는 등 집안 내부가 다시 엉망진창이 됐다”고 말했다.
NHK 방송은 오전 지진 발생 직후 지진방송태세로 전환,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후 3시 37분께 대규모 여진이 다시 발생하자 NHK 진행자들은 “침착해달라” “주위에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지진 발생 직후 니가타현 가시와자키(柏崎)시의 가리와 원자력발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날 4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던 이 발전소는 지진이 발생하자 원전 운전을 자동적으로 정지했다. 그러나 별도의 원전 설비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를 솟아오르는 장면이 NHK 카메라에 잡혀 불안이 확산됐다.
발전소측이 별도 건물의 변압기 화재였다는 것을 밝히고,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방사능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하자 상황이 진정됐다.
이날 지진의 강도는 가시와자키역에서 정차해 있던 열차가 탈선해 넘어질 정도로 강력했다.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도쿄 지역이 함께 흔들릴 정도였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가시와자키시의 경우 지각 흔들림이 6,400여명이 사망한 고베(神戶)지진(1995년)에 필적한 것으로 관측됐다. 이날 피해지역은 가옥이 붕괴되고, 도로가 끊기는 등 페허를 방불케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명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참의원 선거 유세로 여념이 없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신속한 대처 자세를 국민에게 각인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나가사키(長崎) 유세장에서 지진 발생 보고를 받은 아베 총리는 “(지진) 대책을 세우기 위해 도쿄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청중들에게 말한 뒤 서둘러 귀경했고, 곧바로 피해지역을 방문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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