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실시되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 A급 전범의 손녀와 망명중인 일본계 전 페루 대통령 등 이색 후보들이 출마해 눈길을 끌고 있다.
2차 대전 이전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도쿄 전범재판에서 처형당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의 손녀 도조 유코(東條由布子ㆍ68)는 무소속 비례대표로 선거에 출마했다. “(A급 전범 등) 영령들의 명예를 회복하는데 힘이 되고 싶다”며 출마의사를 밝혔던 그는 유권자들에게 야스쿠니(靖國) 참배의 정당성을 호소하고 있다.
그의 출마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경화가 가시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 일본 언론들은 금기를 깨고 그의 주장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유명인사로서 당당하게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도 야당인 국민신당 공천으로 비례대표에 입후보했다. 국민신당이 후지모리를 공천한 것은 그의 지명도를 득표로 연결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또 다른 나라에서 대통령까지 지낸 일본계 인사를 보호하자는 뜻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권유린과 부패 등 20가지 이상의 범죄 혐의를 갖고 있는 그는 페루로의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칠레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2000년 11월 부패스캔들 때문에 일본에 사실상 망명한 그는 2005년 11월 페루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귀국하는 과정에서 칠레 당국에 체포돼 현재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일본에서의 의원활동이 가능할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비장의 카드로 주목받고 있는 나카야마 교코(中山恭子ㆍ67) 납치문제담당 총리 보좌관도 선거의 향배를 점칠 수 있는 주목 후보이다.
아베 총리는 납치문제를 선거 쟁점화함으로써 표를 모으겠다는 계산이다. 납치 피해자 가족 등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나카야마 보좌관은‘일본의 전도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의 모임’의 현 회장이자 자민당내에서 보수ㆍ우익 세력을 주도하고 있는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전 문부과학성 장관의 부인이다.
이밖에 이번 선거에서는 인기 여성 프로골퍼의 아버지(민주당공천ㆍ비례대표) 등 특이한 경력의 후보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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