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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던트 열풍/ "인생 이모작을 위해" 밤을 잊은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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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던트 열풍/ "인생 이모작을 위해" 밤을 잊은 직장인들

입력
2007.07.17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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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만 하면 PB(프라이빗뱅커)가 되는 꿈도 조만간 이루지 않을까 싶어요." A은행에서 대출업무를 담당하는 5년차 은행원 김모(36)씨는 1년 여의 준비를 거쳐 올해 3월 숭실대 국제통상대학원 PB학과에 진학했다.

'은행원의 꽃'인 PB가 목표인 김씨는 국내 유명 대학을 나와 외국에서 경제학 석사학위까지 취득했지만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주경야독의 길을 택한 것.

김씨는 "어지간한 석사나 해외 MBA학위 정도로는 치열한 PB경쟁을 뚫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같은 은행에 다니는 친한 학교 선ㆍ후배 3명도 전문 PB가 되기 위해 PB학과 진학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중소 제조업체의 고졸 직원인 정모(28ㆍ여)씨는 올해 초 사이버대학 요가명상학과에 입학한 뒤 하루하루를 희망차게 보낸다. 요가 강사로 일하는 남편과 함께 조만간 요가학원을 차리겠다는 부푼 꿈이 생겼기 때문. 정씨는 "학위 취득 후 개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뒤로는 힘든 맞벌이 생활에도 불구하고 공부 과정이 즐겁기만 하다"고 전했다.

공부하는 직장인인 '샐러던트'(Saladentㆍsalaryman+student) 열풍이 거세다.

바늘구멍 같다는 취업난을 뚫고 직장을 구한 기쁨도 잠시, 곧바로 일과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샐러던트의 길이 최근 국내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코스'가 되고 있다.

요즘 직장인들은 ▦직장 내에서 더 나은 분야를 원하거나 ▦창업을 꿈꾸거나 ▦은퇴 후 인생 이모작을 설계하기 위해 주저 없이 샐러던트의 길을 선택한다. 나만의 차별화한 능력을 키워 경쟁사회에서 뒤쳐지지 않겠다는 샐러던트의 세계를 들여 다 본다.

샐러던트의 진화

과거 샐러던트는 외국어나 취미 생활 등 개인적인 관심 분야에 대한 공부에 국한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샐러던트는 사내에서 자신의 경쟁력 강화를 뛰어넘어 퇴직 후를 고려한 '창업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무너진 뒤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거나 은퇴 뒤 노후를 설계하기 위한 '인생 이모작형' 샐러던트가 급증하는 추세다.

식품유통회사에서 6년째 근무중인 회사원 박모(27)씨는 지난해 세종사이버대 외식창업학과에 입학한 창업형 샐러던트다. 박씨는 "전문대 졸업으로는 회사에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외식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회사에서 익힌 실무에다 대학에서 배우는 이론을 접목해 조리사 자격증까지 따서 몇 년 안에 독창적인 외식 아이템으로 창업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미래 비전을 밝혔다.

15년 이상 국내 중견 건설사에서 개발업무를 주로 담당해오다 외국계 유명 투자회사로 최근 이직한 이모(43)씨는 아직도 스스로의 변신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털어 놓는다.

주변에서는 그를 인생 이모작에 성공한 샐러던트로 꼽는다. 이씨는 "건국대 부동산 대학원에서 부동산금융ㆍ투자 분야를 졸업한 뒤 외국계 투자회사로부터 높은 연봉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옮겼다"며 "부동산이 금융과 융합하는 추세를 따라잡기 위해 시작한 공부 덕분에 몸값이 높아지고 새로운 직업까지 경험하게 됐다"고 말했다.

선호 학과

요즘 샐러던트들 사이에서 소위 뜨는(?) 학과는 어디일까.

직업 연관성이 많은 외국어와 경영학 관련 학과 외에 최근에는 창업 등 실용적 분야가 각광을 받고 있다. 대학(원)들도 잇따라 실용학과와 차별화한 이색 학과를 개설해 샐러던트 붙잡기에 나서고 있다.

성균관대는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대학원 최초로 휴대폰학과를 열어 화제가 됐다. 모집 때마다 석사 과정의 경쟁률이 통상 10대 1에 육박할 정도로 초강세를 보인다.

샐러던트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사이버대학들이다. 수강생 가운데 70~80%는 직장인들이다.

서울디지털대 엔터테인먼트경영학과, 국제디지털대 뷰티디자인과, 경희사이버대 벤처농업경영과, 한국사이버대 소방방재과, 원광디지털대 요가명상과 등은 일반 대학에서는 찾기 힘든 특수 전공들로, 창업과 독창적인 업무 전문성을 갖추려는 샐러던트들이 선호하는 학과다.

졸업 후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사회복지학부와 교육학부에 대한 열기도 뜨겁다.

늘어나는 샐러던트들을 잡기 위한 맞춤형 교육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주중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 사이에서는 주말 단기집중형(인텐시브) 과정이 제격이다.

고려대가 운영중인 E-MBA 과정은 금요일과 토요일을 이용한 강좌로 은행이나 공기업, 대기업 등에 재직중인 직장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통상 야간대학원이 한 학기에 13~14주 동안 4~5개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것에 비해 한 과목을 2주 안에 완료하는 인텐시브 과정이다.

중앙대가 4년 석ㆍ박사 통합과정으로 개설한 일반대학원의 인적자원개발정책학과도 샐러던트를 주 대상으로 하기 위해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오전 등 주말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교뿐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전문 컨설팅 회사들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샐러던트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는 매달 부동산컨설턴트 및 경매 과정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자는 물론 퇴직 후 부동산 관련 창업을 계획중인 일반 직장인들에게 인기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한국국제금융연수원이 진행하는 국제공인신용장전문가과정은 주말을 이용해 무역 및 수출입 업무와 관련된 전문성을 키우려는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과정이다.

한누리창업연구소는 창업을 준비중인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주말에 점포 개발 기법과 입지전략 등을 가르치는 상권입지분석 강좌를 열고 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 이준엽 "분위기 휩쓸리지 말고 원하는 일부터 고민을"

"샐러던트의 길에 들어서기 전에 먼저 자신이 원하는 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먼저 하라."

경희사이버대 e비즈니스학과의 이준엽 교수는 16일 "분위기에 휩쓸려 성급히 샐러던트(샐러리맨+학생) 대열에 동참했다간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며 이렇게 조언했다.

확실한 목표나 자신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샐러던트에 나설 경우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이버대학에 입학한 직장인 가운데 한해 약 20%가 중도하차 한다.

이 교수는 특히 샐러던트의 관심이 지나치게 도구적ㆍ단편적 지식 습득에만 쏠려 있는 것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샐러던트 대부분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승진에 도움이 되는 외국어 영역을 포함해 자격증 관련학과와 경영학 등 몇몇 특수 분야에만 몰리고 있다"며 "학습을 통해 이해와 사고력을 넓히고 지적 능력을 함양하는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상당수 강의와 시험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만큼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했다.

이 교수는 "해마다 적지 않은 샐러던트가 사이버대학 적응에 실패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컴퓨터에만 의존하는 수동적인 자세 때문"이라며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강의시간에 필기를 병행하거나 소모임 등을 통해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넓혀 가는 것도 사이버대학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출석'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어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게 샐러던트에게 최우선 고려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어 우리 사회에서 샐러던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자기계발과 더불어 지적 시야를 폭 넓게 키울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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