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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잡아라" 쇠고기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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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잡아라" 쇠고기 삼국지

입력
2007.07.17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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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가 3년 7개월의 공백을 깨고 거침없는 기세로 국내 식탁을 파고들고 있다. 미국산은 국내 소비자의 입맛과 지갑 사정을 모두 만족시키는 만큼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 값비싼 한우와 그 동안 수입 쇠고기 시장을 장악했던 호주산과의 삼파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4월말 수입이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는 최근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일반 소비자 식탁에도 오르기 시작했다. 16일 농림부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 재개 이후 지금까지 1,497톤(118건)이 들어와 이중 906.3톤이 검역을 통과해 시중에 풀렸거나 곧 풀릴 예정이다.

특히 지난달 13일부터 한달간 수입 물량이 1,249톤에 달할 정도로 한달 새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봇물 터지듯 이뤄지고 있다. 카길 타이슨 스위프트 등 미 메이저 축산 가공업체들이 한국행 수출에 적극 나서면서 선박편으로 들어오는 물량이 많아졌다. 대형마트에까지 미국산 쇠고기가 등장했다.

오랜만에 재등장한 미국산 쇠고기를 누구보다 반기는 건 소비자들이다. 13일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팔기 시작한 롯데마트는 판매 개시 이틀 만에 냉장육 10톤을 모두 팔아치웠다. 롯데마트 관계자는“사흘간 총 20톤, 4억5,000만원어치를 판매해 호주산만 내놓을 때에 비해 수입육 매출이 3배로 늘었다”며 “30톤 분량의 냉동육도 17일께 동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돌풍에 한우와 호주산 쇠고기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산은 2003년 12월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 중단되기 전까지 전체 수입 쇠고기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국내산보다도 더 많이 팔렸던 쇠고기분야 최강자였다.

미국산은 맛 등 품질에선 한우와 큰 차이가 없는데다 가격에서도 호주산보다 저렴해졌기 때문에, 한우와 호주산과의 경쟁에서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롯데마트 유지훈 수입육담당 MD(상품기획자)는 “한국인들은 지방층이 적절히 분포해서 구워먹을 때 질기지 않고 부드러우며 고소한 맛이 나는 쇠고기를 선호한다”며 “목초가 아니라 곡물 사료로 키우는 신토불이 한우가 국내 소비자 입맛의 기준”이라고 전했다.

가격이 비싼 한우가 전체 쇠고기 소비의 30% 안팎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맛 때문이다. 미국산은 한우와 마찬가지로 곡물로 사육되기 때문에 우리 입맛에 잘 맞다. 반면 호주산은 목초로 키운 저가의 일반육과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춰 곡물사료를 300일 이상 먹인 고급육으로 나뉘어 있는데, 고급육이 맛에서 경쟁력을 갖췄지만 미국산보다 20% 이상 비싼 게 흠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공세가 본격화하면 한우와 호주산 쇠고기는 서로 정반대의 길을 걸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우리 입맛에 맞는 한우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한우가 안전하다는 점을 널리 알리면서 맛의 고급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호주산 쇠고기는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호주산은 맛과 가격 모두 미국산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고급육보다 저가의 일반육에서 승부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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