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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알고 있다, 올 연극계 스릴러물이 점령한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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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알고 있다, 올 연극계 스릴러물이 점령한 이유를…

입력
2007.07.1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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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학로에는 유괴, 살인 등을 소재로 한 스릴러물이 대세다. 밤 10시30분에 시작하는 심야 연극 <죽이는 이야기> , <오래된 아이> 는 아예 납량물로 ‘커밍아웃’한 경우. 재작년부터 등장한 심야 공연은 암전된 공간에서 배우의 분장, 소품 등 시각적 효과를 이용해 관객의 간담을 서늘케 만든다.

여름이면 스릴러물이 관객을 모은다는 영화계의 통설을 대학로에 적용한 사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연계에서 스릴러물이 등장하는 현상을 시류에 편승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보편적 주제를 스릴러라는 외피에 담아 색다른 작품을 찾는 관객들의 욕구를 해소하고 공연계에서도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올 상반기 ‘대박’을 터뜨린 뮤지컬 <쓰릴미> . 두 명의 동성애자가 10대 소년을 유괴 살인한 사건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엽기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흥행몰이 중이다. 3월17일에 국내 초연된 <쓰릴미> 는 이미 4월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마지막 공연인 22일까지 모든 공연이 매진되었을 정도다.

뮤지컬 평론가인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쓰릴미> 는 자극적인 소재를 두 인간의 권력 관계로 상징화해서 감각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살인과 동성애란 소재를 뛰어넘는 ‘인간의 원초성’에 대한 질문을 통해 관객들의 흥미와 지적 욕구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극적 반전은 관객에게 ‘의미에 대한 해석’을 끊임 없이 유발한다.

5월 최민식이 출연한 연극 <필로우맨> 은 주인공 카투리안이 쓴 이야기와 똑 같은 방법으로 어린이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형사들이 카투리안 형제를 취조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취조 과정을 통해 카투리안 형제가 어린 시절 부모에게 당한 끔찍한 기억이 드러나면서 ‘살인범의 정체’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오히려 카투리안의 ‘잔혹 동화’는 그보다 끔찍한 세상을 조롱하는 메타포로 작용한다.

연극 <조선형사 홍윤식> , <진짜, 하운드 경위> , <위험한 시선> 등도 살인사건이 극의 시발점이지만 ‘범인을 밝히는 것’은 일종의 유인책이다. 연극평론가 장성희 씨는 “‘범인이 누구인가’만으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스릴러 영화와 달리, 현장성이 강조되는 연극과 뮤지컬에서 스릴러물은 한계가 있다”며 “‘범죄의 동기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으로 연극은 관객의 상상력을 확장 시킨다”고 말한다.

9월 개막하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 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이발사가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으로 뮤지컬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단순한 복수극이 아닌 살인동기를 추적하고 부패한 세상에도 적응해 가는 소시민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다.

<쓰릴미> , <필로우맨> 등을 제작한 박용호 뮤지컬해븐 대표는 “ <쓰릴미> 의 성공은 새로운 작품을 찾으려는 관객의 욕구와 제작자의 생각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며 “관객들이 잔혹한 소재와 스릴러물이기 때문에 <쓰릴미> 과 <필로우맨> 을 주목한 것이 아니라 작품성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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