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트니 스피어스 풍의 위악적인 여성상이 지배적인 문화 트렌드로 만연하고 있는 미국에서 복고풍의 ‘점잖은 숙녀 되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반항적이고 분방하며, 감각적인 요즘의 대중적 여성상에 반대하며 ‘평범한 다수’의 일상적 의식을 실생활과 패션에 반영하자는 움직임이다.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최신호(23일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을 ‘점잖은 숙녀? 새로운 정숙주의 운동(Girls Gone Mild? A New Modesty Movement)’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는 곳은 ‘퓨어 패션(Pure Fashion)’ 웹사이트. 이 사이트는 단정하면서도 예쁘고 세련되게 자신을 표현하기를 바라는 10대 소녀들에게 패션스타일과 에티켓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퓨어 패션’의 옷 입기 지침을 보면 ‘무릎 위로 손가락 네 개 폭 이상 올라가는 스커트 등을 입지 말 것’, ‘스웨터나 재킷을 걸치지 않은 상태에서 탱크톱을 입지 말 것’, ‘패딩이 많이 들어간 브래지어는 피할 것’ 등이다.
완고한 기숙학교 규칙을 연상시키는 이런 패션 지침 등에 대한 호응이 확산되면서 ‘퓨어 패션’은 올 들어서만 모델 600명을 동원에 13차례 패션쇼를 개최했고, 내년엔 패션쇼를 25회로 늘릴 계획을 세울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같은 복고풍은 미국 작가 웬디 샬릿이 이른바 ‘점잖은 숙녀 되기’ 운동이라고 명명한 문화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숙녀’를 지향하는 여성들은 대중미디어 등에 자주 나타나는 ‘분방한 여성’ 대신, 대학 기숙사 통금시간을 준수하고 결혼 때까지 ‘처녀서약’을 하는 등의 행동방식을 추구한다.
최근 등장한 패션지 ‘엘리자’는 ‘단정한 패션지’를 표방하며 17~34세의 젊은 여성들을 타깃으로 설정했다. 또 전통의 ‘메이시스’ 백화점은 몰몬교도 여성 2명이 세운 복고풍 패션 브랜드 ‘쉐이드’에 대한 판매에 들어갔다.
샬릿은 “난잡하고 분방한 성관념이 넘치는 문화 흐름을 수정하려는 젊은 여성 주도의 혁명”이라고 말했다.
분방한 여성성에 대한 문화적 반작용은 과거 미국 역사에 두 차례 정도 등장했다. 1920년대 여성의 역할과 권리에 대한 논쟁이 고조되면서 진보적 여성들은 코르셋을 벗어 던지고,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는 식으로 당대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됐다.
그러나 30년대 대공황이 발생하면서 다시 ‘점잖은 숙녀’가 주류 여성상으로 복귀했다. 70년대 페미니스트 운동의 절정을 맞은 이후에도 복고풍 ‘숙녀 운동’이 등장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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