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과 불교 조계종이 경북 안동 보광사에서 확인한 13세기 목조 관음보살좌상과 1007년에 찍은 목판 인쇄본 보협인다라니경 등 복장유물은 고려 조각사와 인쇄기술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보광사의 목조 관음보살좌상은 그동안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높이 111cm 무릎 너비 70.5cm의 이 불상은 국내 목조 불상으로는 가장 앞선 연대에 속할 뿐 아니라 형태가 아름답고 기법이 우수한 걸작이다.
손영문 문화재 전문위원은 “13세기 고려 불상은 현재 10구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조각사 연구의 공백을 메워줄 귀한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불상이 머리에 쓰고 있는 보관은 두터운 개금에 덮여 형태를 잘 알 수 없었으나, X-레이 촬영 결과 금속판에 매우 정교하고 화려한 무늬를 투각한 것임이 확인됐다.
이 불상에서 나온 복장유물은 목판본 보협인다라니경 외에 범서총지집, 정원신역화엄경소 권 6, 금강반야바라밀경, 백지묵서불설인왕반야바라밀경, 소전동, 잡문, 범자다라니, 인본다라니 등 불경과 비단저고리 한 벌이다.
특히 이 중 보협인다라니경은 ‘통화 25년 정미’(1007년, 고려 목종 10년) 개성 총지사에서 간행했다는 명확한 간기가 있는데 이는 고려시대 인쇄물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책이나 두루마리로 장정하지 않은 낱장 종이 23장(각 32 x 45 cm)으로 나왔는데, 한 장에 서로 다른 내용이 3단으로 인쇄돼 있어, 각 단을 잘라 여러 장을 이어야 하나로 완성되는 형태다.
서병패 문화재 전문위원은 “이 보협인다라니경은 장정하기 이전의 형태라는 점에서 고려시대 목판인쇄 방식의 원형을 보여주는 귀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또 이 유물의 첫머리 간기 옆에 등장하는 변상도(불경 내용을 설명한 그림)는 한국판화 미술사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복장유물은 보전을 위한 응급 조치를 거쳐 현재 불교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문화재청은 이들 유물에 대한 추가 조사를 마친 후 문화재 지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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