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감사원이 발표한 자산관리공사 감사 결과는 큰 파장을 가져왔다. “공사측이 99억원 짜리 부실채권을 단돈 100원에 매각했다”는 내용이었다. 비록 추후 법원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지만, 공사측을 벌벌 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후 3년이 지난 지금, 당시 감사의 ‘현장 반장’으로 서슬 퍼런 칼날을 들이댔던 P국장이 자산관리공사의 유력한 신임 감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자신이 맡고 있던 피감기관의 2인자로 옮겨가겠다는 것이다.
P국장이 그 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자산관리공사 등 금융기관 감사 업무를 맡았으니 언뜻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될 것처럼 보인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가 퇴직 전 3년간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사기업에 퇴직 후 2년간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P국장의 자산관리공사 ‘입성’은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자산관리공사가 사기업체나 협회가 아닌 공공기관이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감사로 이동한 감사원 임직원이 줄잡아 10여명에 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이 공직자의 재취업을 제한하는 취지는 재임기간 재취업을 염두에 두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할 소지를 차단하는 데 있다.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기관에는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실제 업무 연관성이 적을 수도 있는 사기업체에만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
만약 “전문성이 뛰어난 이들에게 족쇄를 채워서는 안 된다”는 논리라면, 취업제한 규정 자체를 폐기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다면, 취업 제한 대상에 공공기관도 포함시켜야 마땅하다. 판단의 잣대는 재취업 대상이 아니라 공직자 윤리이어야 한다.
경제산업부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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