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가 서울 오염시설 떠안는 덴 가요?”16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난지하수처리장 앞. 장마철 눅눅한 공기를 타고 가라앉은 악취가 코를 찌른다. 속속 들어서는 음식물 수송차량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져 속을 메스껍게 한다. 뒤따라 들어서는 분뇨차량을 피해 귀가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안쓰럽다.
서울지역 기피시설이 몰려있는 고양지역 주민들이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피시설로 인한 피해가 생각보다 큰데다 서울시가 유치할 당시 지원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1960년대 서울시립묘지가 고양시 덕양구 일대로 옮겨온 것을 기점으로 고양시에 들어선 서울시의 분뇨시설, 쓰레기처리시설, 교통시설 등 각종 기피시설만 7개소에 달한다. 서울시립묘지가 1963년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산4의1 일대 137만여㎡에 자리잡았고 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던 벽제승화원(화장장)이 1970년 9월 대자동 산178의1 일대로 이전해와 현재 23기의 화장로를 운영하고 있다.
하수, 분뇨, 음식물쓰레기처리장도 대거 이전해 왔다. 서울 마포구는 고양 현천동 673일 일대에 재활용선별장과 쓰레기적환장 등 폐기물 처리시설을 설치했다. 당초 마포구 상암동에 있었으나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악취를 이유로 덕양구 난지하수처리장 내로 이전해 온 것이다.
현천동에는 난지하수처리장(하루 100만톤 처리)과 난지분뇨처리시설(하루 4,500톤 처리), 서대문구 음식물류 폐기물처리시설(하루 90톤)도 있다. 서울메트로 3호선 지축철도차량기지는 2004년 지축동 일대 31만3,165㎡에 설치됐다.
이처럼 서울시의 기피시설이 고양지역에 집중되다 보니 지역 주민들은 주거환경 악화, 교통정체, 집값하락 등 일방적 피해를 입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002년 ‘난점대책위원회’를 구성했던 대덕5통장 이수복(61)씨는 “혐오시설에서 풍기는 악취가 장마철이면 더 심해 숨쉬기도 힘들다”면서 “하루에도 분뇨차가 300대 이상 드나들면서 학생들 통학에도 어려움이 있어 해당시설 이전을 적극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또 “서울시 마포구가 현천동에 기피시설을 유치할 당시 주민사업비 10억여원을 들여 친환경공원과 마을창고 건립, 도로개설 등을 약속해 놓고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현행법상 공공시설에 대한 지방세 부과나 수수료 징수는 불가능하다”면서 “서울시와 별도의 협약을 맺어 수수료나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회는 특별위원회를 구성, 경기지역 기피시설 현황을 조사해 서울시를 압박할 예정이다. 도의회 정문식(고양3)의원은 “서울시의 차별적인 행태로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도민들을 위해 9월 중 특위 구성을 마치고 현황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설물 주변에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공원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개발제한구역 등에 걸려 신규사업을 벌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폐기물처리시설은 고양시와 협의가 결렬돼 최근 서울지역인 가양대교 인근으로 재이전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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