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식/교양인헌법정신의 열쇠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헌절이다. 1948년 7월 17일 제헌 헌법 공포 이후 한국 헌법은 아홉 차례, 평균 4.3년 만에 한 번씩 개정됐다. 그 대부분은 집권세력의 권력욕에 따른 정권 연장의 방편이었다. 그렇다면 독재정권들이 사라진 지금, 우리는 헌법의 정신에 걸맞은 삶을 누리고 있는가.
김두식(40) 경북대 교수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헌법의 풍경> 에서 보여주는 한국 사회의 풍경은 지극히 반헌법적이다. 총의 지배 아닌 법의 지배가 온 듯하지만 그것은 “승자의 일방적인 폭력이 지배하는 까닭에 표면상 평온해 보이는 사회”일 뿐이라고 말한다. 헌법의>
얼굴 있는 독재자는 사라졌어도, 언제든 ‘괴물’로 변할 수 있는 국가 권력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할 헌법의 기본권들은 왜곡된 법조문화 때문에 “주인을 잃고 길바닥에 나뒹굴게” 됐다.
특히 김두식이 말하는 승자(권력), 혹은 그 언저리에는 법률 전문가들이 있다. 그들은 “전문가의 탈을 쓴 채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모르면 조용히 하라’는 한 마디로 모든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집단이고, 시민들은 주눅 들어 조용히 물러난다.
자신이 경험한 법조계의 그릇된 실상을 예증ㆍ비판하면서, ‘말하지 않을 권리’ 등으로 어떻게 스스로의 인권을 지킬 것인가 독자에게 알려주는 저자의 글은 알기 쉬우면서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두 단어로 헌법 정신을 요약한다. 우리가 배워온 헌법 정신이라는 것이 종교ㆍ양심ㆍ사상의 자유를 공자 말씀처럼 외치면서도 막상 구체적 사례에서는 필요에 따라 왜 그 권리들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지 중언부언하는 ‘인정한다, 그러나’였다면, 그 반대쪽에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야말로 진정한 헌법 정신의 키워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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