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이라크에서 대 테러 동맹국인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 저항세력과 전쟁 중이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스는 15일 단독 입수한 군 자료를 인용, 이라크 저항세력의 45%, 자살폭탄 테러범의 50%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시리아 국경을 통해 이라크로 유입되는 사우디 출신은 월 평균 60~80명으로 나타났다.
미군은 이런 사실을 숨긴 채 이란과 시리아를 저항세력 후원자라고 비난해왔다. 그러나 저항세력 중 시리아와 레바논 출신은 각각 15%, 북아프리카 지역은 10%에 불과했다.
테러범들 대다수가 사우디 출신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2001년 9ㆍ11테러의 주범 19명 중 15명이 사우디 출신이고, 지금도 알 카에다의 자금과 인력 대부분은 사우디에서 충당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우디 젊은이들을 이라크로 내모는 배경으론 알 카에다도 따르는 ‘와하비즘’이 거론된다. 사우디에서 자리잡은 이슬람 원리주의의 한 분파인 와하비즘은 미국 등 서방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고, 교리를 관철하기 위해 무력도 허용하고 있다. 사우디가 이런 급진세력의 자국 내 테러를 막기 위해 이라크 출국을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누리 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한 측근은 “사우디 종교 지도자는 이라크 시아파에 대한 성전을 촉구하고, 사우디 정부는 돈을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사우디 왕가의 경우 이라크에서 시아파 정권이 지역 경쟁자로 부상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사우디는 앞서 1980년대 대 소련 항전에 나선 아프가니스탄의 수니파 무장세력(무자헤딘ㆍ전사라는 뜻)을 지원한 바 있다.
당시 사우디의 지원세력 가운데는 알 카에다 지도자가 된 오사마 빈 라덴이 포함돼 있다.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군은 최근까지 이라크 측에 사우디 출신 저항세력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5월 사우디를 방문한 딕 체니 부통령은 비공식적으로 대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미 당국은 사우디를 공개 비난하지 않느냐’는 이 신문의 질문에 미군 고위 관계자는 ‘국무부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그러나 국무부는 물론 백악관도 이 문제에 대해 침묵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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