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위기의 삼성전자/ <상>조직개편·전격인사로 승부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위기의 삼성전자/ <상>조직개편·전격인사로 승부수

입력
2007.07.17 01:23
0 0

한국의 초우량 기업 삼성전자가 전례없는 변화의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이 5년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데 이어 내부적으로 명예 퇴직 실시 등에 따른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시기적으로 관행을 깬 인사 및 조직개편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앞과 뒤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충격 그 자체다. 상상을 뛰어 넘는 근본적인 변화가 몰아칠 게 틀림없다."

삼성전자 황창규 반도체 총괄부문 사장이 7년 동안 겸직해온 메모리사업부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총괄사장만 맡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전자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총괄 사장은 시장상황과 관련한 전략적인 판단과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자리인 만큼 사장의 실무부담을 덜어주고 사업부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실적이 부진한 특정인의 겨냥한 경고성 인사가 아니라, 총괄사장과 그 밑의 사업부장을 분리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한편 사업부 중심체제로 전환하는 조직개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총괄부문 뿐 아니라 정보통신ㆍ디지털 미디어(DM)총괄도 순차적으로 '총괄사장-사업부장(부사장) 분리체제로 개편할 방침이다.

정보통신총괄의 경우 현재의 경영진단작업이 끝나는 대로 최지성 사장이 겸임해온 무선사업부장직을 후임자에게 물려주기로 했다. 프린팅 사업부장을 함께 맡고있는 박종우 DM총괄 사장도 마찬가지다.

왜 이렇게 바꾸는 것일까. 일단 삼성전자가 느끼는 위기의식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04년 이후 매출이나 영업이익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 2분기 실적을 보자. 한때 30%를 넘던 반도체 총괄부분의 영업이익률은 8%대로 추락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반도체 뿐만이 아니다. 시황이 회복되고 있는 LCD의 경우 영업이익률은 9%였고, 2분기에 사상 최대규모의 휴대폰을 팔았다는 정보통신 부문은 지난해 두자릿수에서 미끄러져 8%에 그쳤다.

TV등 디지털 미디어 부분은 해외판매 현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나 –4%였다. 전 사업영역에서 영업이익률이 한자릿수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개편의 의미를 시장의 변화에서 찾고 있다. 시장상황이 워낙 빠르게 변하고 있어 실무를 맡는 사업부장과 전체 그림을 보는 총괄사장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반도체 부문의 실적악화도 수요예측의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2004년 대호황 이후 지난해까지 계속된 D램 생산업체들의 증산경쟁과 올초부터 기대됐던 '윈도 비스타' 수요 발생불발 등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짚지 못한 측면이 컸다.

휴대폰의 경우도 신흥시장이 급성장하는데도 프리미엄 전략을 고집하다가 지난해 말부터 중ㆍ저가폰 판매도 병행하는 전략을 펴고 있지만 미래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총괄 부문이 지나치게 비대화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며 "이를 사업부 중심으로 바꿔 의사결정 단계를 줄여 시장상황에 스피드하게 대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시장의 변화 등 외생적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내부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측면도 강하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D램이나 LCD 가격에 따라 실적이 요동치는 사업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반성이 많다"고 말했다. 황 사장 후임의 메모리사업부장에 D램전문가인 조수인 부사장을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98년 외환위기 직후의 사업부제를 실시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한 뒤 " 앞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계속하는 사업부서는 퇴출시킨다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위기는 현재의 위기라기 보다는 미래 먹거리의 위기"라며 "삼성이 어떤 중장기적 청사진을 그려낼지 주목된다"고 입을 모은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 '포스트 윤종용' 레이스 변화? 황창규 위축 속 최지성·이기태 '주목'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부문의 전격적인 인사가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황창규 사장이 오랫 동안 겸직해오던 메모리 사업부장직을 떼고 반도체 총괄만을 맡게 되면서, '포스트 윤종용' 레이스에 변화조짐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삼성전자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사실 그 동안 윤종용 부회장을 이을 주자로는 황 사장이 가장 앞서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삼성전자의 돈줄인 반도체 부문의 상징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자로 거론됐던 이기태 전 정보통신총괄사장이 올 초 인사에서 기술총괄 부회장으로 임명돼 사업총괄직에서 물러나면서, 황 사장은 '차기'에 가장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계속된 반도체 부문의 추락과 함께 그의 입지도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반도체 부문 인사가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견해가 많다.

더욱이 새로 메모리 사업부장을 맡은 조수인 부사장은 사업부내 제조센터장을 맡아온 'D램의 베테랑'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탁이 '포스트 황창규'를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정황상으론 황 사장이 불리해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비해 후발주자였던 최지성 정보통신 총괄 사장이 상대적으로 다소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초 정보통신 부문 수장이 된 그는 저가폰 판로 확대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정보통신쪽을 새로운 돈줄로 키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최고고객경영자(CCO:글로벌 고객총괄책임자)의 관심이 정보통신에 기울어 있다는 점도 호재로 지적된다.

하지만 지난 1월 정보통신총괄 사장에서 기술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기태 기술총괄 부회장도 아직 포스트 윤종용 레이스에서 멀어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중국에서 대규모 연구개발 워크숍을 주재하며 건재함을 보였다는 평가다.

때문에 황창규-최지성-이기태의 3파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윤종용체제'가 장수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더해가는 가운데, 이건희 회장의 인사특성상 차기경쟁은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박진용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