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한국 축구에 ‘오만 쇼크’를 안겼던 밀란 마찰란 감독이 이번에는 ‘자카르타 쇼크’를 안겼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5일 오후 9시35분(이하 한국시간) 자카르타 겔로라붕카르노경기장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2007 아시안컵 D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1-2의 어처구니 없는 역전패를 당해 8강 진출 전망이 어두워졌다. 2003년 아시안컵 예선에서 오만을 이끌고 한국을 1-3으로 격파한 마찰란 감독은 이날 승리로 ‘한국 축구 킬러’임을 입증했다.
이로써 1무1패를 기록한 한국은 D조 꼴찌로 추락했고 자력 8강 진출이 사실상 무산됐다. 한국이 8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18일 열리는 인도네시아(1승 1패ㆍ승점 3)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하고 사우디아라비아(1승 1무ㆍ승점 4)가 바레인(1승 1패ㆍ승점 3)을 꺾어줘야 한다. 전날 열린 경기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인도네시아를 2-1로 이겼다.
47년만의 아시아 정상 정복을 약속한 ‘베어벡호’는 이날 최악의 경기력으로 어이 없이 역전패해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베어벡 감독은 4강 진출에 실패하면 자진 사퇴를 고려해보겠다고 했는데 8강 진출 전망조차 어두운 상황이다.
베어벡 감독은 바레인을 맞아 이동국(미들즈브러)을 최전방에 투입하고 김두현(성남)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우는 등 사우디아라비아전과 크게 달라진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섰다.
출발은 좋았다. 전반 4분 이천수(울산)의 패스가 상대 수비수 머리 맞고 굴절된 것을 김두현이 골에어리어 왼쪽에서 왼발 발리슛, 바레인 골네트를 갈랐다. 일찌감치 기선을 제압했지만 이후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공격과 수비라인의 폭이 넓어지며 미드필드 플레이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고 부정확한 패스로 조직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반 43분에는 수비진의 어이 없는 실책으로 허무하게 동점골을 내줬다. 미드필드 중앙에서 하산이 문전으로 길게 찔러준 볼을 살만 알리가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해 왼발 슛, 동점골로 연결한 것.
한국은 후반 들어 빠른 패스워크와 기동력으로 공격이 활발해졌지만 후반 9분 날린 두 차례의 결정적인 슈팅이 상대 수비벽에 막히며 땅을 쳤다. 김두현의 패스를 받은 이동국이 골에어리어 왼쪽에서 골키퍼를 제치고 날린 슈팅을 수비수가 걷어냈고, 김두현이 이것을 재차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또 다시 수비수의 발에 맞고 나왔다.
베어벡 감독은 이날 무거운 몸놀림을 보인 이동국과 이호를 빼고 조재진과 김정우를 투입했고 후반 31분 이천수 대신 우성용(울산)을 투입, 조재진과 투 스트라이커를 이루게 하는 전술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1-1로 맞선 후반 40분 이스마일 하산에게 통한의 역전 결승골을 허용하며 주저앉고 말았다. 한국은 18일 오후 7시20분 개최국 이점을 안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D조 3차전을 벌인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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