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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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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력
2007.07.1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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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린 / 민서출판젊음, 인식의 呪文 "나를 살게 해 줘"

독일 소설가 하인리히 뵐이 1985년 7월 16일 68세로 사망했다. 전후 독일 문학의 대표자로 197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데 그의 이름과 대표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를 생각하자니, 오랫동안 잊고 있던 전혜린(1934~1965)의 얼굴, 전혜린이 번역했던 뵐의 이 소설 제목과 같은 제목의 유작 수필집이 떠오른다.

그리고 다시 놀란다. 31세라니. 전혜린의 이 책을 읽던 때가 1970년대였긴 하지만, 그가 그렇게 짧은 생을 살다 갔다는 사실이 그 생애 만큼의 세월이 흐른 지금 너무 낯설게 느껴진다. 그랬다. 전혜린의 글은 우리 젊음의 시절을 뜨겁게 달구며 지(知)의 열정, 인식의 갈구, 자유의 열망을 추동하던 주문(呪文)이었다.

“예전에는 완벽한 순간을 여러 번 맛보았다. 그 순간 때문에 우리가 긴 생을 견딜 수 있는 그런 순간들을… 완벽하게 인식에 바쳐진 순간이었다. 그것을 다시 소유하고 싶다.

완전한 환희나 절망, 무엇이든지 잡물에 섞이지 않은 순수한 것에 의해서 뒤흔들려 보고 싶다. 뼈 속까지.”“나도 생명 있는 뜨거운 몸이고 싶어. 그런데 가끔가끔 그 줄이 끊어지려고 하는 때가 있어. 내 속에 있는 이 악마를 나도 싫어하고 두려워하고 있어. 나를 살게 해 줘.”

스스로의 비범성을 자각한 자만의 고뇌, 1950년대라는 황폐했던 시대에 해외유학으로 서구문물의 세례를 받은 그의 이국 취미, 그리고 무엇보다 자살과 요절이라는 방황의 삶이 지금도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전혜린을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로 만들고 있다. 그의 표현대로 ‘식은 숭늉 같고 법령집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를 전혜린은 흔들어 놓는 것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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