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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입은'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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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입은' IT

입력
2007.07.1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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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예술이 만났다. 기술은 예술에 손짓을 하자, 예술은 기꺼이 화답했다. 테크(기술)와 아트(예술)가 접목됐다고 해서, ‘데카르트’란 새로운 트렌드도 생겨났다.

이 같은 ‘신(新) 명품시대’를 이끄는 것은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들과 세계적 IT업체들. 세계적 명품디자인의 옷을 입은 IT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액티브 크리스탈(Active Crystal)’ 아시아 론칭 행사. 세계적 전자업체인 네덜란드 필립스와 역시 세계 최고수준의 크리스탈 전문업체인 스와로브스키는 이 행사에서 공동 개발한 USB메모리 및 이어폰 제품을 공개했다.

그냥 이어폰과 USB가 아니라 실제 스와로브스키의 디자인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온, 이름처럼 화려한 외관을 지녔다. 필립스의 기술과 스와로브스키의 디자인이 결합된 전형적인 ‘데카르트’ 제품이다.

다음달부터 한국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은 이어폰이 10만~20만원대, USB메모리(1GB)는 무려 20만~25만원대에 달한다.

필립스의 아시아지역 주변기기사업을 총괄하는 C.H. 챈 이사는 “IT기기가 아닌 명품 액세서리로 소비자에게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데카르트 제품은 ‘프리미엄 제품’이란 이름으로 이미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명품 가방으로 유명한 프라다가 올해 LG전자와 손잡고 ‘프라다 폰’을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공식가격만 88만원에, 지금은 웃돈을 줘야 살 수 있을 정도다.

세계적 의상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삼성전자의 ‘안나수이 폰’과 모토로라의 ‘돌체앤가바나 폰’ 등도 같은 맥락이다. 또 명품 브랜드 페라가모도 현재 타이멕스와 공동으로 혁신적인 시계 라인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변화의 진원지는 ‘테크’쪽 IT업계보다는 ‘아트’쪽의 럭셔리 브랜드들이다. 근래 몇 년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소위 명품산업(Luxury Industry)의 지형변화가 그 원인이다.

대를 이어온 가문경영, 철저한 수작업, 1~2% 상류층의 전유물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던 기존 럭셔리 산업이 명품 소비의 대중화를 겪으면서 새로운 형태(New Luxury)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스와로브스키 정상희 차장은 “전세계적으로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상위 40%가 전체 소득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제 럭셔리브랜드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중산층에게 적극적으로 브랜드를 설득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프라다의 이주은 차장도 “이제 계층보다는 취향이 중요하다”면서 “IT기기 출시와 같은 럭셔리브랜드의 다양한 시도는 고급 취향을 가진 중산층을 끌어오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 인도와 같은 거대 신흥시장이 중요해지면서 어느 때보다 브랜드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 중요해진 것도 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2011년 중국시장은 럭셔리브랜드의 세계 최대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거대수요를 감당하면서도 브랜드 일관성을 잃지 않으려면 대중과의 감성적인 교감이 필수”라고 말했다.

럭셔리브랜드는 필수품이나 다름없는 IT기기를 통해 대중에게 브랜드 가치를 전파하고, 반대로 IT기업은 벽에 부딪힌 기능ㆍ디자인적 한계를 럭셔리브랜드를 통해 뛰어넘겠다는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스와로브스키 창업자의 증손자이자 스와로브스키 이사회 멤버인 로버트 북바우어는 “바야흐로 자신의 감성과 통하는 브랜드에 돈을 아끼지 않는 ‘모던럭스’(Modern Lux)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면서 “대중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브랜드만이 전통을 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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