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 관련 의혹 수사의 불똥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캠프(이하 박 캠프)로 튀게 됐다. 이 전 시장 가족의 주민등록초본 발급에 박 캠프의 핵심 관계자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초본 유출 의혹의 실체가 뒤바뀔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 동안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측을 주민등록초본의 최종 유입처로 의심해왔다. 김 의원이 폭로한 이 전 시장의 위장전입 의혹 내용이 지난달 7일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사무소에서 부정 발급된 이 전 시장 가족의 초본과 상당 부분 일치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초본을 발급 받은 전직 경찰관 권모(64)씨와 김 의원측 관계자들을 함께 소환해 ‘양방향’ 수사를 벌여온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초본 발급 실무를 맡은 법무사사무실 직원 채모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권씨가 발급을 의뢰했다는 사실을 확인, 15일 권씨를 일단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문제는 권씨가 “나에게 초본 발급을 부탁한 인물이 홍윤식씨”라고 진술했다는 점이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홍씨는 박 캠프의 전문가 네트워크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의원쪽을 겨냥하던 칼끝이 박 캠프쪽으로 급선회하게 된 셈이다.
만일 수사 과정에서 박 캠프 고위 인사가 홍씨에게 자료 입수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상당한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속단은 이르지만 홍씨에게 직위나 금품 제안이 있었다면 박 캠프측이 입을 타격의 강도는 더욱 커진다.
실제 신공덕동사무소의 초본 발급일이 지난달 7일이고, 홍씨의 박 캠프 전문가 네트워크위원장 선임일이 지난달 15일이라는 점 등 의심을 살만한 정황이 적지 않다.
또 박 캠프측에서 이 전 시장의 위장전입 의혹을 열린우리당 김 의원측에 흘리는 등 ‘간접 수혜’를 노린 정황이 나타난다면 도덕적인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박 캠프의 핵심을 겨냥할지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일단 홍씨가 “내가 요청한 것이 아니라 권씨가 먼저 초본을 들고 와 한번 본 것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홍씨가 검찰에서 주장을 번복한다 해도 “내가 과잉 충성한 것”이라고 ‘꼬리 자르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검찰 관계자도 “유출된 초본을 전달 받았더라도 불법 발급 사실을 몰랐다면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며 윗선 처벌이 쉽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또한 검찰 수사에서 궁지에 몰린 권씨가 책임을 전가하려 홍씨를 끌어들이는 거짓말을 했을 여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검찰 관계자는 이날 “권씨가 비합리적인 해명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권씨가 진술한 홍씨 휴대폰 전화번호도 실제와 달랐다”고 말해, 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검찰은 금명간 홍씨를 불러 초본 발급 요청 여부와 윗선 지시 여부, 유출 경로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초본 유출의 실체와 파장은 홍씨 조사 이후에나 그 윤곽을 가늠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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