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군복무중인 아들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리 총리와 싱가포르 정부 투자기관인 테마섹홀딩스의 회장인 호칭의 장남이자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손자인 리훙기(20)는 현재 싱가포르군의 소위로 의무복무 중이다.
문제는 리 소위가 지난달 테오치한 국방장관과 군 수뇌부에 “(복무중인 부대의) 동료 장교가 두 번이나 무단 결근했지만, 상관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고발된 장교는 이후 군사재판에 회부됐다.
군 지휘체계상 하급 장교가 군 수뇌부에 직접 불만이 담긴 편지를 보내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메일 내용이 알려지자 온라인은 리 소위의 무례한 행동에 대한 질책으로 뜨겁게 달구어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리콴유 전 총리 집안이 싱가포르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연결시켜 리셴룽 정부를 당혹케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언론이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비판 여론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다. 한 네티즌은 “어떤 장교 훈련생도 감히 국방부 지도부에 그런 편지를 보내선 안 된다”고 비난했다.
리 소위가 정부 장학금으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군에서 차세대 지도자로 훈련 받고 있다는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싱가포르에서 군은 정치 지도자와 공기업 간부들의 훈련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리 총리도 정치 입문 전 준장으로 군에 복무했다. 리 소위는 그러나 편지에서 “내 동료의 근무태도는 당황스럽다. 군은 자선기관이 아니고 개인의 경력을 쌓게 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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