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가 파견한 학교장과 재일동포 이사회 간 주도권 다툼 양상으로 전개됐던 도쿄한국학교 갈등이 최근 겨우 진정됐다. 상황이 악화하자 위기감을 느낀 민단과 한국대사관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고, 결국 지난 12일 양측이 화해안을 받아들였다.
이번 사태는 이사회 쪽이 무리한 측면이 많았다. 오랫동안 학교를 장악해 온 손성조 이사장은 처음 “학교가 너무 단기 주재원 자녀 위주로 운영되는 등 재일동포 학생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 하고 있다”며 윤기숙 교장을 몰아붙였다.
그러나 그는 학교 인사권과 관련한 부당한 요구와 압박도 병행해 “이사장이 학교를 사물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렀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들 앞에서 교장과 교사들에게 폭언을 가하는 등 비교육적이고 비상식적인 언행을 계속해 빈축을 샀다.
지난해 11월부터 수면위로 부상한 이번 사태의 절정은 지난달 5일 손 이사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윤 교장 파면 선언을 했을 때이다. 학교운영비의 40% 이상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정부가 임명한 교장을 이름뿐인 이사장이 파면하겠다고 나선 것인데, 법적으로도 어긋난 돌출행동이었다.
이것이 민단과 한국대사관을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한 계기가 됐고, 결국 이사장이 화해안을 받아들이는 상황으로 수습됐다. 화해안에 따라 윤 교장은 동포 학생의 교육이 충분히 실행되지 못한 점을 손 이사장에게 사과했고, 손 이사장은 이달 말 퇴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학교 문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우선 주재원 학부모들의 한국식 교육열과 학교의 입시 학원화에 눈살을 찌푸리는 동포들이 많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학교 교육의 중심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동포 학생 쪽으로 이동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본질적으로는 민족교육을 시킬 수 있는 한국학교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국학교는 도쿄 교토 오사카 등 전국에 4개교 뿐이다. 동포는 물론 주재원 자녀의 교육도 감당하기 어렵다.
과거 동포들이 의지했던 조총련계 조선학교도 과도한 김일성ㆍ김정일 사상교육에 대한 거부감과 납치문제 등의 영향으로 학생 이탈이 심해져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한마디로 동포들의 교육이 총체적인 위기 상황이다.
동포사회에서는 저출산의 영향으로 속출하는 일본 폐교와 재정난에 허덕이는 조선학교 등을 인수해 한국학교로 만들자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고 있으나 희망사항일 뿐이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