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은 15일 박근혜 전 대표 측 인사가 이 전 시장 친ㆍ인척 자료 유출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 공세수위를 조절했다.
바로 공세를 펼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공을 예고하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이 전 시장 캠프는 이날 오후 2시께 ‘박 전 대표 캠프 소속 홍윤식씨가 이 전 시장 친ㆍ인척의 주민등록초본 발급을 의뢰한 의혹이 있다’는 검찰발(發) 소식이 전해지자 박희태 선대위원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론은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것이었다. 캠프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검찰이 홍씨의 배후를 조속히 밝혀 주기 바란다”며 “캠프의 공식 입장은 16일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한 회의 참석자는 “지금 총공세를 폈다가는 정치 공방으로 비쳐 사건의 본질이 희석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최근 국정원, 행정자치부 등 정부 기관과 형성된 ‘불법 자료 유출’ 전선이 박 전 대표측과의 집안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다른 캠프 관계자는 “이제 수사가 시작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조만간 홍씨의 역할과 배후가 밝혀질 것”이라며 “검찰의 발표만으로도 파괴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이 좀더 뚜렷해진 후 박 전 대표 측을 압박해도 늦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이 전 시장 측 박형준 대변인은 “네거티브의 유혹이 크긴 컸나 보다”며 “홍씨가 박 전 대표 캠프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하는데 그 말을 누가 믿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장광근 공동대변인도 “도둑이 도둑질하다 들키자 ‘내가 훔친 게 아니라 남이 내 주머니에 넣어 준 것’이라고 변명하는 것과 같은 꼴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고 비판했다.
캠프의 한 핵심 인사는 “여러 정황상 박 전 대표 측이 이 전 시장의 주민등록초본 발급을 부탁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 해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캠프 일각에서는 “홍씨에게 주민등록초본을 건넨 전직 경찰관 권모씨도 박 전 대표 캠프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나와 이에 관한 추가 폭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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